정의용, 방미 후 귀국하며 공개… 美, 北에 다시 대화 제스처 보낸듯
문정인 특보 "워싱턴에 가보니 文대통령 신년사 걱정 많이 하더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최근 생일을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10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혔다.

미·북 교착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 조야(朝野)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청와대는 미·북 사이에서 나름의 역할을 찾아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정 실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정 실장은 "마침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1월 8일이 김 위원장의 생일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기억하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면서 그 메시지를 문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에게 꼭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적절한 방법으로 북한에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韓美日 안보사령탑, 백악관서 회동 - 정의용(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가운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왼쪽)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3국 간 고위급 안보 협의를 가진 뒤 기타무라 국장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잠시 만났다.
韓美日 안보사령탑, 백악관서 회동 - 정의용(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가운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왼쪽)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3국 간 고위급 안보 협의를 가진 뒤 기타무라 국장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잠시 만났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친분을 다시 강조하며 대화 제스처를 보낸 것은 지난달 3일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른 지 38일 만이다.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은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개인적 신뢰를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작년 말 막을 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 파기를 위협한 뒤 외교가에선 "북한이 조만간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던 상황이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메신저' 역할을 맡겼다는 데 일단 고무된 분위기다. 북한의 '남조선 패싱'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우리 정부에 '운신의 폭'을 허락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축전을 북한에 직접 전할 수 없을 정도로 미·북 관계가 험악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만 갖고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미·북 대화가 재가동되는 신호로 보기는 무리"라며 "트럼프 특유의 '김정은 다루기'가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9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워싱턴에 가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걱정을 많이 하더라"며 "(미국 내 기류는) 부정적이었다"고 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김정은이 작년 '6·30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 당시 "당신들(미국)이 강요해온 제재로 인한 우리 인민의 고통이 이제는 분노로 바뀌었다"며 "제재 해제에도 우리는 관심이 없으며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들이 우리의 발전 잠재력과 앞날에 대해 귀가 솔깃해질 말을 자꾸 꾸며대며 그 무슨 전제조건과 그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운운하는데 우리는 그 누구처럼 발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1/20200111002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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