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기지 공격]
이란 미사일은 요격 피할 능력 없는데… 美기지에 일부 떨어져
미국의 요격용 패트리엇, 이라크 기지엔 배치안됐을 가능성도

우리軍 "北미사일은 요격하기 더 어려운데, 실패한거라면 문제"
 

군과 정보 당국은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의 공격에 사용된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북한제 스커드C 미사일의 개량판인 '키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북한과 이란은 핵개발, 탄도미사일, 잠수함 등 각종 무기 개발과 도입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왔다. 우리 군은 이란이 북한의 기술을 이전받아 만든 이번 도발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부 미사일이 미군 기지에 떨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의 요격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 방어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키암 미사일은 2010년부터 배치된 신형 액체연료 미사일로 최대 사거리는 750~800㎞다. 원형(原形)인 북한의 스커드C 미사일(500~600㎞)에 비해 사거리가 200㎞가량 늘어났고, 정확도도 500m가량으로 스커드C(700m)보다 높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아 이란이 자신들만의 개량형 미사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란이 8일(현지 시각) 이라크 주둔 미군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키암' 탄도미사일.
이란이 8일(현지 시각) 이라크 주둔 미군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키암' 탄도미사일. /로이터 연합뉴스

북·이란 양국의 '미사일 커넥션'은 역사가 깊다. 1980년대 후반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을 이란에 수출했고, 이후 노동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프로그램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샤하브2 미사일은 북한제 스커드C 미사일의 복제품인데, 키암 미사일은 이 샤하브2의 개량형이다. 북한 노동 미사일은 이란 '샤하브3', 무수단 미사일은 '사지르(BM-25)' 미사일과 판박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2017년 1월 신형 BM-25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관심을 끌었는데 전문가들은 BM-25가 무수단 미사일과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에 발사된 이란 미사일들이 키암 미사일 외에 파테-110(313)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테-110(313)은 이란이 독자 개발한 고체연료 미사일로 사거리는 400~500㎞이며 북한에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안보 당국에선 이번 공격으로 인한 미군의 피해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미군이 얼마나, 어떻게 막아냈는지가 북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 중인 우리 군에도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에 대한 미국과 이란 양측의 주장은 상당히 엇갈렸다. 미국 측은 "큰 피해가 없었다"고 했지만, 이란은 "80명의 미군 사망자가 있었다"고 했다. 80명 사망설은 이란 측의 일방적 선전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와는 별개로 일부 미사일이 미군 측의 요격을 받지 않고 기지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군 관계자는 "키암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같은 요격 회피 능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런데도 요격에 일부 실패한 것이라면 문제"라고 했다. 북한은 키암보다 요격 회피 능력이 뛰어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 등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최대 비행고도가 40~50㎞에 불과할 정도로 낮고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솟구쳐 올랐다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낙하해 요격이 상당히 어렵다.

다만 미국 일부 매체는 이날 미군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요격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사일을 굳이 요격하지 않아도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장병들을 대피만 시켰다는 것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이라크 미군기지 주변에 아예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보고서 등에 따르면 미국이 중동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한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정도"라며 "이라크 미군 기지에는 패트리엇이 배치돼 있다는 정보가 없다. 미국이 이란의 기습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9/20200109002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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