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97]
목발탈북·체육계 미투1호 두사람, 영입 환영식서 포부 겸 쓴소리
"정말 많은 고민, 용기·희망 될것"
 

"주변 친구들이 그래요, 자유한국당 사람들 젠더 의식도 없고 인권에 무관심하다고. 그래도 제게 손 내밀어 준 걸 보고 '정말 변하려는구나' 생각했죠."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영입 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전직 테니스 선수 김은희(왼쪽)씨와 탈북 인권활동가 지성호씨.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영입 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전직 테니스 선수 김은희(왼쪽)씨와 탈북 인권활동가 지성호씨. /이덕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8일 올해 첫 영입 인사로 발탁한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29)씨는 "'자유한국당' 하면 인상부터 쓰던 나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눈치 보지 않고 목소리를 크게 내겠다. 당이 내게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이라며 "만약 변하지 않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미련을 두지 않겠다"고 했다.

테니스 선수였던 김씨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테니스부 코치를 17년 만인 2016년 신고했다. 주니어테니스 대회에서 가해자를 우연히 마주친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김씨의 폭로로 스포츠계의 성폭력에 대한 '미투' 운동이 촉발됐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상담하고 컨설팅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껏 혼자 힘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일을 했는데 현실의 벽은 한참 높았다"며 "성폭력 피해 아동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2020년 영입 인재 환영식'을 열고 김씨와 탈북 인권활동가인 지성호(38)씨를 소개했다. 황교안 대표는 "'자유, 용기, 희망'의 메시지가 이번 영입의 핵심"이라고 했다. 환영식이 끝난 뒤 본지와 만난 이들은 "정치가 변해야 하고, 한국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씨는 "한국당이 인권 문제에 있어서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당내 북한인권센터를 만들어 말로만 '북한 인권'을 외치지 않고 직접 실천하는 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씨는 열네 살 때 북한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기차에 치여 다리를 잃었다. 2006년 목발을 짚고 5국을 거쳐 한국에 와 북한 인권 운동을 했다.

지씨는 "한국에 온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는 지금이 가장 최악"이라며 "북한 인권은 인류 보편 가치인데, 한국에서는 남북 관계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 그런 고리를 끊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이미지 망한다'고 말렸다"며 "말로만 북한 인권이 중요하다고 하면 안 된다. 북한인권센터를 만들어 제대로 인권 운동을 하자는 약속을 믿고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김씨는 "한국당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줄까 의문이 들어 제안을 거부하기도 하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인권 문제에 있어서 당의 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약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9/20200109002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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