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신년 협박]

"우리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 미국의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
北 영문판 매체선 "적절히 조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대외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포장해온 핵·미사일 개발 재개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핵·미사일 도발을 위협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회의에서 "날강도 미국" "파렴치한 미국" 등의 표현을 쓰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대화 타령을 하면서도 우리 공화국을 완전히 질식시키고 압살하기 위한 도발적인 정치 군사적, 경제적 흉계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안전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안전을 그 무엇과 절대로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또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고도 했다. 모두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전략핵을 계속 강화시켜 나가면서 협상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취지의 신(新)핵·경제 병진노선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미국이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여기는 모라토리엄 파기 카드도 흔들었다. 그는 "미국이 시간을 끌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북)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북한 관영 매체 영문판 보도에서는 '상향 조정' 대신 '적절히 조정(properly coordinate)'이라고 표현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향후 미·북 협상을 '비핵화'보다는 '핵군축' 패러다임으로 가져가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2/202001020023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