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미 국무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미 국무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대신해 발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도에서 대남 메시지는 하나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세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공을 들였지만 김정은은 비핵화 협상은 물론 남북 교류에서도 남한을 아예 무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지난 28일부터 나흘동안 열린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한 발언을 상세히 전했다. 2만자에 이르는 분량이었다. 그런데 회의 결과 보도에서 '북남(남북)'이라는 단어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첨단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했다'며 미국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언급한 게 전부였다.

김정은이 지난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북남관계'가 10번 언급된 것과 대조적이다. 김정은은 당시 '급속히 진전된' 남북관계를 예시로 들며 미·북 대화에 거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남북협력 전면 확대를 강조하며 '전제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가동 재개'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 신년 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전원회의 보도에선 이같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미·북 협상 교착 국면에서 남측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접고 무시 전략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까지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남측이 '좋은 합의'를 해놓고도 외세에 의존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쳤다고 비난해왔다.

김정은의 이런 태도는 다분히 '의도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도적인 남한 정부 무시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제재 대열에서 벗어나라는 압박 성격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남한에 대한 메시지를 하나도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메시지"라면서 "의도적인 무시 전략으로 남측에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전선에서 이탈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북 대치 관계 장기화를 기정 사실화하면서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진전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며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 기조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제재 완화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남북 교착은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정은이 이날 남한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도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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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1/20200101009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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