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源
/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

“누가 언제 당신 가정을 침입할지 모르기 때문에 견고하고 훌륭한 자물쇠를 현관에 달고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것에 대비해 경보장치를 설치한다. 또 경찰은 동네를 순찰하고 거리에서 불량배를 몰아낸다. 이 같은 논리는 국가방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최신호 기고문에서 21세기 미국의 국방정책을 가정의 도난 방지 대책에 비유했다.

여기에는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을 겪으면서 업그레이드된 국방 개혁의 3가지 관점이 압축되어 있다.

첫째, 예측불허다. 냉전 시대의 구소련은 예측 가능한 위협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위협은 테러범들이 ‘민간항공기’를 ‘미사일’로 만들어서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공격했던 것처럼, 잘 모르고, 불확실하며, 보이지 않는, 예측불가능한 잠재적인 적에 의해 주도된다.

또한 새로운 방식의 위협에 대비하여 정보네트워크의 사이버 공격과 우주기지·크루즈 미사일·탄도미사일·핵·생화학무기를 이용한 모든 공격 가능성 차단에 초점을 맞추었다.

둘째, 방어의 균형이다. 군대 개혁 투자의 우선 순위는 무기의 유인(有人)과 무인(無人), 장거리와 단거리, 비밀과 공개, 공격과 탐지, 취약한 것과 강력한 시스템의 균형으로 이어진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과거 소련의 탱크 공격에 대비한 불필요한 무기나 수천 개의 핵탄두는 제거되지만, 적의 미사일 보유 계획 자체를 단념시킬 수 있는 미사일 방어(MD)는 박차를 가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방어개념의 확대이다. 새로운 전쟁들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외교·금융·법·정보력 등 국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보았다. 지상군을 포함해 어떠한 군사력도 배제하지 않으며, 테러리즘이나 새로운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 경우에 따라서 최선의 방어는 유효한 공격이라고 정리했다. 이는 핵태세 보고서에서 대량살상 무기가 테러와 결합되는 것을 핵을 써서라도 저지하겠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이와 같은 강경 방침 하에서 데니스 블레어 미 태평양사령관이 ‘북한의 미사일이 중국 것보다 더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은 ‘반(反)테러’ 공식의 북한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북한은 수십년간 반테러의 핵심 사안인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깊이 관여해 왔다.

북한은 현재 IAEA 핵사찰을 거부하고 있으며, 1985년부터 2000년까지 490개의 스커드 미사일과 50개의 노동미사일을 파키스탄과 중동국가들에 판매해 왔다. 근자에 해외언론은 평양의 고려호텔이 대 중동 미사일 판매의 거점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 동안 북한은 불량국가들을 상대로 미사일을 직접 판매하면서 미국·이스라엘 등의 국가들로부터 판매 중지의 대가로 보상을 받는 이중전략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현재처럼 북한이 돈만 내면 그 어떤 국가나 단체에도 미사일을 판매하고 기술 이전을 계속한다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북한의 자주권으로 존중받기보다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단지 공화당과 민주당의 일반적인 정책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9·11 테러 이전과 이후의 차이다. 반테러의 뿌리는 세계 패권 유지보다는 언제 어디서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미국의 두려움이다. 따라서 미국은 쉽사리 타협하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제 북한이 대량살상 무기를 포기하고 국제 사회에 편입할 것인지, 아니면 핵·미사일과 함께 고립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제거되어야 할 거리의 불량배로 남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