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 위성사진 분석 "석탄 운반선 71척, 유조선 47척"
전문가들 "北노동자 귀환 조치도 내년 느슨해질 우려… 재점검해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약발'이 갈수록 떨어지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석탄 수출 금지와 석유 수입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 항구에서 석탄·유류를 싣고 내리는 선박들이 포착되는가 하면, 세계 각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의무 송환 시한(지난 22일)이 지났는데도 버젓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6일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낸 데엔 강력한 제재의 역할이 컸다"며 "최근 북한이 대놓고 비핵화를 거부하며 대미 강경노선으로 돌아선 것은 제재 이완으로 숨통이 트였단 얘기"라고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올해 북한 남포항 석탄 항구와 유류 하역 시설을 드나든 석탄 운반선과 유조선이 110여 척에 달한다고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정제유 수입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이 배들이 석탄을 싣고 해외로 나갔다거나 50만 배럴이 넘는 정제유를 들여왔다면 대북 제재 위반이다.
 
길이 175m 석탄 운반선 정박 175m 정도 길이의 대형 선박 한 척이 지난 2월 북한 남포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찍은 위성사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선박 적재함이 석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석탄을 싣기 위한 크레인도 포착된다고 보도했다.
길이 175m 석탄 운반선 정박 - 175m 정도 길이의 대형 선박 한 척이 지난 2월 북한 남포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찍은 위성사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선박 적재함이 석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석탄을 싣기 위한 크레인도 포착된다고 보도했다. /VOA

VOA가 올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위성사진 서비스업체 '플래닛 랩스'에 포착된 남포항 석탄 항구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정박한 선박은 최소 71척으로 조사됐다. 월별로는 11월에 9척이 포착돼 가장 많았고, 2·5·8월에 각각 8척이 관찰됐다. 특히 지난 2월엔 길이 175m짜리 대형 선박이 정박한 모습이 확인됐다.

VOA는 또 남포항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 정박했던 선박도 같은 기간 최소 47척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해상 하역시설은 육지와 수중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위성사진상으로 4월을 제외하고 매월 2~6척의 유조선이 이 시설에 1~2일 머물고 떠났다. 싣고 온 정제유를 육지로 뽑아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미국은 지난 7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제출 보고서에서 "(1~4월 사이에만) 최소 40만 배럴, 최대 100만 배럴의 정제유가 북한에 반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를 지난 22일까지 모두 돌려보내도록 규정한 안보리 제재에 대해서도 "이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2020 국제정세 전망' 브리핑에서 "겨울은 원래 러시아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시 귀국하는 시점"이라며 "내년 봄에 다시 확인해야 하며 관광이나 교육비자로 들어오는 노동자가 일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이 겨울에 일시 귀국했다가 내년 봄쯤 제재를 우회하는 다른 비자를 발급받아 러시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약 480만달러(약 56억원)의 인도 지원을 결정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페이스북에서 "러시아 연방정부의 법령에 따라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예방적 보건 개입을 통한 북한 내 아동 사망률 감소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임박 징후와 맞물려 외교가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5차 방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북 관계 경색의 장기화로 미국이 대북 제재·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북한은 중국에 '자력갱생' 노선을 뒷받침할 유·무형의 지원을 적극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7/20191227003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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