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상황서 대화 강조… '대북 제재' 美와 공조 균열 우려
아베는 美입장 지지… 요미우리 "美·日 vs 韓·中·러 구도 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연설에서 "평화가 경제가 되고, 경제가 평화를 이루는 평화 경제를 아시아 전체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전날에 이어 '동북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거론했다.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도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과 경협·대화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는 중·러의 대북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길 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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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초당서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식 -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가운데)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중국 쓰촨성 청두 두보(杜甫) 초당에서 한·중·일 협력체제 출범 20주년 기념물 제막식을 하고 있다. 두보 초당은 당나라 시인 두보가 한동안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연합뉴스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북한에 대한 경고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이 3국의 공통된 입장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제재 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는 미국 입장에 적극 호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방법론에서 아베 총리와 의견을 달리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를 비롯한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 한국, 미국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미·북 간 대화 재개 필요성과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리커창 총리와 회담에서도 남북 철도 연결과 동북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거론하며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하는 기반"이라고 했고 리커창 총리는 "함께 구상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중·러가 유엔 안보리에 남북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 초안을 제안한 뒤로 문 대통령의 유사한 발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여권에서는 "다분히 의도된 행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우려가 많았다. 할 수 있는 건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미·북 경색이 장기화할 경우, 문 대통령이 내년 초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선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명목으로 도로 연결 사업을 추진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공개적으로 제재 완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쉽게 제재 완화를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대북 제재에서 이탈한다면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의 균열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중요한 것은 최근 미 행정부에서도 '한국 정부가 한·미 공조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이날 중·러가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과 관련, "(2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한국에 동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은 동맹국 미국이 제재를 견지할 태세이므로 결의안에 공공연한 찬성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문재인 정권이 금강산 관광 재개나 한국 정부의 독자적 제재 해제를 미국의 동의 없이 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재 완화를 지지하는 중국·러시아·한국과 제재 유지를 주장하는 일본·미국의 '3대2' 구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의 방중 때와는 달리 예의를 갖추는 등 한국에 '추파(秋波)'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5/20191225002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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