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도발 시사한 北에… '수뇌부 참수작전' 경고]

韓·美 특전사 공동훈련 사진, 美국방부 홈피에 이례적으로 올려
가상 북한군과 총격 영상은 등록 후 삭제… 軍안팎 "北 향한 경고"

암살·납치 임무 그린베레 투입, 목표 인물 포박하는 장면 공개
F-16 공중 엄호·낙하산 강하도
 

주한 미 특수전사령부가 지난달 우리 군 특전대원들과 함께 북한군의 기지를 습격해 가상의 요인을 생포하는 내용의 훈련을 군산 기지에서 실시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북한군 수뇌부를 제거하는 일종의 '참수작전' 훈련을 한 셈이다. 한·미 특전사는 이 같은 합동 훈련을 종종 해왔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미 국방부가 훈련 사진까지 공개했다. 한·미는 이번 훈련을 '정규 훈련'이라고 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평소 비공개였던 훈련을 공개한 건 '성탄절 도발'을 시사한 북한을 향해 강력한 군사적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미 국방부가 최근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사진 12장에는 지난 8~11월 사이 군산, 인천과 강원도 일대에서 이뤄진 한·미 특전대원들의 훈련 내용이 담겼다. 미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로 구성된 특전대원들은 한반도 곳곳에서 훈련을 벌였다. 이들은 군산 기지 인근에서 치누크 헬기(CH-47)에 탑승해 강하 훈련을 했고, 기지 내에서는 전투기 공중 지원 속에 특정 요인을 생포하는 훈련을 벌였다. 소총에 소음기를 달고 방탄모에는 피아 식별 장치를 단 채 건물에 뛰어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미군이 한때 공개한 동영상에는 한·미 연합군이 북한군으로 가장한 대항군과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도 들어 있었다. 미군은 이 동영상을 국방부 관련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훈련 관련 동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라고 했다. 4개 군으로 구성된 미 특전사는 인천에서 합동 훈련에 대한 결의를 다지며 팔을 맞잡기도 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 11월 주한 미 특전사령부 소속 특전대원들이 우리 군 특전사와 함께 군산 기지에서 가상의 북한군 요인을 생포하는 훈련을 하고, 최근 관련 내용을 담은 장면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특전대원들이 가상의 북한군과 교전하는 동영상 속 장면. 미군은 훈련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미 국방부 관련 사이트에 올렸다가 현재 동영상은 삭제한 상태다.
미 국방부가 지난 11월 주한 미 특전사령부 소속 특전대원들이 우리 군 특전사와 함께 군산 기지에서 가상의 북한군 요인을 생포하는 훈련을 하고, 최근 관련 내용을 담은 장면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특전대원들이 가상의 북한군과 교전하는 동영상 속 장면. 미군은 훈련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미 국방부 관련 사이트에 올렸다가 현재 동영상은 삭제한 상태다. /미 국방부

우리 군 관계자는 "미 특전사와 우리 군 특전사가 지역별로 짝을 이뤄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훈련을 해왔다"며 "공개된 사진도 그런 훈련의 일부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군산 기지에서의 훈련에는 익산 지역에 주둔 중인 우리 제7공수 특전여단 소속 대원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작년 북한과의 대화 국면 이후 민감한 훈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도발에 이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움직임까지 보이자, 북한군 수뇌부를 향해 '참수작전' 등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최근 "2017년 군사적 긴장 국면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었다.

이번에 미군이 공개한 사진에는 가장 최근인 지난 11월 군산 훈련 장면이 많이 담겼다. 특전대원들은 작전 관련 내용이 담긴 지도 등을 들고 먼 곳에서 관측을 하다가 연막탄을 터트리며 군산 기지 내에 마련된 가상의 목표로 돌진했다. 하늘에서는 미군 F-16 전투기가 공중 엄호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전대원들 중에는 미 육군 특전부대인 '그린베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베레는 적 후방에 침투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거나, 적진에서 요인을 암살·납치하는 임무를 맡는다.
 

주한 미 특전사령부 소속 특전대원들이 지난달 군산기지 인근에서 낙하산 강하 훈련을 하는 모습.
주한 미 특전사령부 소속 특전대원들이 지난달 군산기지 인근에서 낙하산 강하 훈련을 하는 모습. /미 국방부

미군은 북한군 역할을 맡은 가상의 군인들과 특전대원들이 교전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교전 과정에서 북한군 역할을 맡은 군인들이 쓰러지는 장면도 구현했다. 하얀색 셔츠를 입은 목표 인물을 포박해 끌고 나오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이와 같은 훈련이 있기 며칠 전에는 낙하산 강하 훈련을 했다. 미군은 이 사진을 훈련 당시 공개하지 않고 지난 16일 인터넷에 일괄적으로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미군은 훈련 모습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내부 판단을 거친 후 공개한다"며 "공개 시기가 늦춰진 점은 미군 차원의 여러 고려 요소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미군은 이와 같은 훈련 내용을 동영상으로도 공개했지만, 현재는 그 영상이 내려져 찾아볼 수 없다.

주한 미 특수전사령부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강하 등 기본 훈련 모습은 꾸준히 공개해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세적 훈련을 스스로 공개한 건 지난 2012년 진해 기지에서 한·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의 훈련 모습을 공개한 이후 7년 만이다. 군 당국은 한·미 특전대원 훈련 모습 공개에 대해 "한·미 특전사 대원들은 각급 부대별로 다양한 소규모 연합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보안 관계상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군은 최근 '군사적 옵션'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대북 메시지를 강화해 왔다. 이번 훈련 공개 역시 김정은 등 북 수뇌부를 향한 강력한 압박 차원으로 풀이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올해 진행된 여러 훈련 중 전투기까지 동원된 연합 특수전 훈련을 공개한 건 의외"라며 "지역별 연합 특수전 훈련 중 군산 기지에서 건물 소탕, 요인 생포 훈련 모습을 공개한 건 미군의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고 했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2017년에 했던 것이 많이 있어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꽤 빨리 먼지를 떨어내고 이용 준비를 할 수 있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었다. 우리 군은 2017년 당시 대북 압박 차원에서 북한군 수뇌부를 겨냥한 이른바 '참수작전 부대'를 창설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3/20191223000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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