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자위적 국방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자위적 국방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확대회의 사진을 보면 회의가 열린 곳이 지난 1월 1일 김정은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신년사를 발표했던 곳과 같은 장소로 보인다.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제시한 가운데 대미(對美) 군사적 도발 수위를 조금씩 높여온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들고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선언한 곳에서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엶으로써 미국을 향한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1월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내 집무실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집권 후 처음으로 집무실 전경을 공개한 것이다. 김정은은 그 자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핵무력 증강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오전 9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이날 새벽 녹화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오전 9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이날 새벽 녹화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이 올 신년사를 했던 곳은 목재로 장식된 가구들에 벽에는 김일성·김정은의 집무 장면을 담은 대형 사진이 걸렸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김정은이 주재했다며 공개한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장도 김정은 뒤로 왼쪽에는 김일성, 오른쪽에는 김정일의 집무 모습을 담은 대형 그림이 걸렸다. 그 사이에는 거울이 설치됐고 거울에 비친 회의실, 바닥 카펫 등도 김정은이 신년사를 한 곳과 흡사하다. 지난 9월 6일 태풍 '링링'에 대비하기 위해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소집했던 곳과는 확연히 다르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확대회의 사진을 보면 군 고위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확대회의 장소 선택에서도 미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를 고려한 연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와 연말 자위적 국방력 강화 문제를 논의하는 장소를 같은 곳으로 하는 일종의 '수미쌍관(首尾雙關)'식 메시지 극대화를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이날 회의에서 "정세변화 흐름과 우리 혁명 발전의 관건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대를 비롯한 나라의 전반적 무장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직정치적 대책들과 군사적 대책들을 토의·결정하며 조직문제를 취급할 것"이라고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당의 군사 전략적 기도에 맞게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하거나 확대 개편하는 문제, 일부 부대들을 소속 변경시키는 문제와 부대 배치를 변경시키는 중요한 군사적 문제와 대책들이 토의 결정됐다"고 했다.

'자위적 국방력' 강화 방안과 '군부대 조직 개편' 등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된 결정이 이뤄졌거나, 올해 초대형 방사포 등 새로 개발해 시험발사한 상용무기들을 실전 배치하는 것과 관련한 군 조직 개편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태풍 '링링' 북상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태풍 '링링' 북상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2/20191222008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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