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NK "전원회의 軍참석자들, 20일까지 평양 도착 명령받아"
北, 전원회의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 결정 후 도발 가능성
ICBM 쏜다면 곧바로 판 깨져… 김정은 신년사 이후로 미룰 수도
 

북한이 '이달 하순'에 소집한다고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가 이르면 21~22일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대화 요청을 외면한 북한이 대미 초강경 '새로운 길'로 방향을 잡은 모습이다. 전원회의 후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그 시기와 수위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요동칠 전망이다.
 
스티븐 비건(오른쪽)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이 20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워싱턴행 비행편에 탑승하기 위해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北 주변국만 맴돌다 떠나는 비건 - 스티븐 비건(오른쪽)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이 20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워싱턴행 비행편에 탑승하기 위해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까지 5박 6일간 한국·일본·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며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20일 "지난 18일 군 관련 전원회의 참가자들에게 '평양 인민무력성 장령(장군) 귀빈초대소로 20일 오전까지 도착' 지시가 하달됐다"며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21일 또는 22일 개최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으론 "아는 바 없다"는 반응이지만, 실제 이 시점에 전원회의가 열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에서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노동당 중앙위의 위원(170여 명)과 후보위원(150여 명) 전원을 소집하는 이 회의는 당대회(전당대회 격)에 버금가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통상 1년에 한 차례 열리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소집됐다. '비상 회의'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노동당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 S씨는 "북한이 당중앙위 전원회의 소집 사실을 사전에 공개한 것도 보기 드문 일"이라며 "미국을 당혹스럽게 할 만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상황에 영향을 줄 주요 정치·외교 일정

관심은 이 회의에서 채택될 '새로운 길'의 구체적 내용이다. 최근 북한이 고위 관리들 명의로 쏟아낸 대미 담화 20여건 중 상당수가 '중대 조치 재고'를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미·북 비핵화 협상 중단'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 약속 파기' 선언 또는 그에 준하는 중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북이 말하는 '중대 조치'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뜻한다.

이와 같은 '대미 초강경 노선'이 공식화하면 도발은 시간문제가 된다. 앞서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담화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했다. 변수는 23~24일 베이징과 청두(成都)에서 한·중·일 간의 연쇄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만약 한·중·일 회의 기간 북이 도발하면 주최국인 중국은 이를 커다란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면 23~24일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1월 1일) 발표 이후 도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미국이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하고 있어 북한도 이를 감안할 것이란 얘기다. 앞서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은 지난 14일 담화에서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등에서 포착된 각종 도발 징후와 북한 스스로 밝힌 두 차례의 '중대 시험' 동향 등을 종합하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를 만지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도 지난 17일 "(시점이) 성탄 전야냐, 성탄절이냐, 신년 이후냐의 문제일 뿐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이 (북의 성탄절)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외교가에선 북한이 실제로 ICBM 발사를 결심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미 압박용 블러핑(허풍)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ICBM 발사는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로, 북한 스스로 '외교적 퇴로'를 닫는 악수(惡手)"라고 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중국·러시아까지 개입한 상황이라 북한도 당장 판을 깨고 나가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여긴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1/20191221002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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