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2일 보도했다. 통상 북한이 사용하는 '자위적 국방력'은 '핵무력'을 의미한다. 금명간 열리는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강화에 방점을 둔 '새로운 길'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는 김정은의 내년 신년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조야에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시설을 확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군 수뇌부와 장성 등 80여명이 참석한 당 중앙군사위에서 "국가 방위사업 전반에서 결정적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중요한 문제들과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이 "조성된 복잡한 대내외 형편에 대하여 분석 통보하셨다"며 "정세 변화 흐름과 우리 혁명 발전의 관건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대를 비롯한 나라의 전반적 무장력을 군사·정치적으로 더욱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직정치적 대책들과 군사적 대책들을 토의·결정하며 조직 문제를 취급할 것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번 당 중앙군사위는 북한이 '이달 하순'으로 예고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개최에 앞서 열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말하는 '자위적 국방력'은 핵무력을 포함한 개념"이라며 "전원회의에서 낼 메시지에도 경제 건설과 함께 핵무력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당 중앙군사위가 북한의 핵 전략정책을 관장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 앞으로 핵무력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정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2일 보도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올 1월 1일 김정은이 노동당 본관 1층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장면으로 이번 당 중앙군사위가 열린 곳과 같은 장소로 추정된다. 김정은 뒤로 김일성(왼쪽), 김정일(오른쪽)의 초상화가 보인다. /조선중앙TV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지난 21일에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이 정리되면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에 공포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북한군 인사 80여명이 참석했고, 회의 장소도 올해 초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대미 강경 노선)을 처음 언급했던 노동당 본관 1층일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조직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볼 때 북한 군부 내 조직 개편과 인사도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군사적 도발을 바탕으로 한 강경 노선을 상정해 두고 군 조직도 정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달 들어 미국을 향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만큼 이번 당 중앙군사위에서 모종의 군사적 조치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23~24일 중국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그 직후인 이번 주 중·후반쯤 북한이 언급해 온 '크리스마스 선물'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 조야에서는 북한의 ICBM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석이 많다"며 "위성을 통해 얻는 정보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관련 움직임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소장은 21일(현지 시각) 미 NBC방송에 "북한이 ICBM 발사대 개발·생산과 관련이 있는 평안남도 평성 소재 '3월 16일 공장'을 확장했다"고 밝혔다. 루이스 소장은 최근 상업용 위성사진 전문 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ICBM 발사대를 만들거나 개조할 때 세우는 구조물이 새로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월 16일 공장'은 트럭과 트레일러, 이동식 발사대(TEL) 등의 중장비를 제작하는 곳으로, 2017년 11월 북한의 화성-15형 ICBM 발사 직전 김정은이 준비 상황을 시찰한 곳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북한이 당장 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은 저강도에서 고강도로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등 '중강도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사이버 테러 등 '하이브리드' 공격을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3/20191223001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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