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협상팀 '中과 제재공조' '北접촉' 두 임무 동시에 추진할 듯
中관영매체는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美北대화에 도움될 것"
北이 대화 응하면 비건이 방북하거나 최선희가 베이징 올 수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는 미·중 간의 대북 공조 회복과 미·북 접촉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띠고 19일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 카드로 북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지난 16일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던진 회담 제의에 북한이 응답할 경우 즉각 미·북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일본·중국으로 이어지는 비건 대표의 아시아 순방에 앨릭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 보좌관이 동행한 것도 한·미·일 협력, 미·중 공조와 미·북 접촉을 한꺼번에 추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베이징에서 우선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만나서 대북 제재의 준수 등 대북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지난 16일(현지 시각) 러시아와 손잡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을 크게 완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 전선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조짐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건, 日외무성에서 만찬 -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왼쪽)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8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함께 외무성의 이쿠라 공관(飯倉公館)에 차려진 만찬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비건, 日외무성에서 만찬 -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왼쪽)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8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함께 외무성의 이쿠라 공관(飯倉公館)에 차려진 만찬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은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라도 일부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자국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인용해서 중·러가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안보리 결의 초안을 제출한 것이 '북·미 간 대화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 달성에 도움이 되는 책임 있는 조치'라고 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역내 안정에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며, '교착된 회담을 중재하는 데 유연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대외경제무역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인 잔더빈(詹德斌)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설정한 전제 조건은 너무 엄격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미·중 경쟁으로 손상된 양국 간 신뢰와 대북 공조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것이 비건 대표의 역할이 될 전망이다.

미·북 접촉과 관련해 비건 대표는 중국 체류 기간 중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응할 수 있다는 기대를 여전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일 미국 대사관은 18일 본지에 "현재로서는 비건 대표가 북한에 갈 계획이 없다"고 했다. '현재로서는'이란 조건을 단 것은 북측이 응답하면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비건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에서 "당신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연락할지 알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은 사흘 가까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협상 시한'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미·북 회담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인지 손익을 가늠해 보고 있을 수 있다. 만약 북한이 긍정적 답변을 내놓으면 비건 대표가 베이징에서 바로 평양을 방문하거나, 혹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베이징으로 이동하기를 기다려 미·북 회담에 나설 수 있다.

북한이 회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 정부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전혀 반응을 보이질 않아 연내 접촉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미국과 협상을 해볼 것이란 예상도 여전히 존재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9/20191219002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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