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일정동안 최선희 만남 시도할 듯… 불발땐 한반도 격랑
전문가들 "北은 협상조짐 없어, 한 개인이 국면 바꾸기엔 역부족"
트럼프, 최근 김정은 언급 자제… 아사히신문 "美北, 회담 조율중"
 

외교가의 관심은 "최선희(북 외무성 제1부상) 나오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해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번 방한 기간 판문점 또는 평양에서 최선희와 전격 만남을 성사시킬지에 쏠리고 있다. 최근 미·북은 2년 전 '화염과 분노' 시절을 방불케 할 만큼 강경 발언을 주고받으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퇴로'를 열어두고 있다. 비건 대표의 2박 3일 방한 기간 최선희와의 접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북이 공언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연말 시한' 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꼽히는 이번 담판이 불발되면 한반도 안보 상황은 2년 전보다 거센 격랑에 휩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하며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부쩍 늘고 있다.

◇"최선희 나오라"던 비건, 서울선 침묵

비건 대표는 15일 오후 3시 50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이전과 달리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곧장 공항을 떠났다. 그는 전날 워싱턴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엔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북측 접촉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에도… 비건 ‘인생식당’ 된 한국 닭요릿집 - 15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오른쪽)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앨리슨 후커(왼쪽)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 등 수행원들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메뉴는 ‘닭한마리’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비건 ‘인생식당’ 된 한국 닭요릿집 - 15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오른쪽)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앨리슨 후커(왼쪽)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 등 수행원들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메뉴는 ‘닭한마리’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앞서 그는 지난달 20일 국무부 부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라며 협상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 10월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 결렬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북측에 "연말 시한 전에 만나자"는 의사를 타진했다. 김명길 북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14일 "비건은 제3국을 통해 조(북)·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북·미가 이달 판문점에서 비핵화 실무협의를 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최선희로부터 아직 별다른 답은 못 들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협상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북한이 비건 대표의 방한 하루 전 '중대한 시험' 사실을 발표한 것 자체가 '미국을 더는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란 것이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는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 등 어느 한 개인이 현재 (미·북 간) 경색 국면을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이 방송에 "비건 대표의 한국 방문은 연말 전 북한과 협상을 해보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북핵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北 경고 후 김정은 언급 중단
 

비건·최선희 접촉이 불발될 경우 북한이 크리스마스 또는 연말을 전후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ICBM을 당장 쏘진 않더라도 인공위성 발사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 파기 선언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24~25일쯤 당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열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할 수 있다"며 "ICBM은 내년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구체화한 뒤에 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북 모두 '퇴로'를 열어두고 있어 극한 대결로 치닫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9일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막말 중단'을 요구한 뒤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로켓맨"을 비롯해 북 관련 언급 자체를 멈췄다. 미국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소집한 북 도발 관련 안보리 회의에서도 "(협상에서)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다"며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박정천 북 총참모장의 전날 담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정천은 "(미국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과의 '말폭탄 주고받기식' 대응을 자제할 경우 고강도 무력 도발까진 안 갈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16일 오전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잇달아 면담을 가진 뒤 청와대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6/20191216001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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