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말 편하려면 언행 삼가라" 압박하는 동시에 퇴로도 열어놔
 

북한 국방과학원이 14일 두 번째 '중대한 시험'을 언급하며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다. 지난 7일 첫 번째 '중대한 시험' 직후 '전략적 지위의 변화'를 언급한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이번 시험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용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도 같은 날 '중대한 시험'에 대해 "미국의 핵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표를 근거로 최근 두 차례의 '중대한 시험'이 인공위성 발사체보다는 ICBM 발사를 위한 엔진 성능 시험일 것으로 분석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국방과학원이 발표한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란 표현을 거론하며 "'재핵화(Renuclearization)'라는 새로운 표현으로 규정한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ICBM 발사를 위한 엔진 시험을 끝낸 북이 상황이 악화하면 쏠 수 있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고 했다.
 

북한의 잇단 '중대 시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못 박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무력 사용 시 미국에 끔찍한 일"(4일 박정천 군총참모장), "트럼프의 늙다리 망령 시작"(5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우린 더 이상 잃을 게 없다"(9일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미국의 날강도적 본성을 묵과하지 않겠다"(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등 쉬지 않고 대미 경고음을 발신하고 있다.

이런 기조대로라면 북한이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14일(현지 시각) 블라디보스토크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이 새해에 ICBM 발사나 새로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연말까지 '말폭탄'과 ICBM용 엔진 시험 등 저강도 도발을 통해 대미 압박을 이어가며 도발의 명분을 쌓을 것"이라며 "이후 당중앙위 전원회의와 신년사에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파기를 선언하고 ICBM을 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 9월 총참모장에 전격 발탁된 박정천 총참모장이 이번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위원 또는 후보위원에 발탁되는 등 군부 인사들에 대한 전반적 위상 강화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6/20191216001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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