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열던 靑수석회의도 안해

文대통령, 北 중대시험 언급없이 평화만 강조… 보노 "남북 음악인들이 평화에 큰 역할 할 것"
인권운동가로도 유명한 보노, 北인권 관련 이야기는 안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아일랜드 출신 록 밴드 U2 리더인 보컬 보노(Bono)를 만나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메시지를 내준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날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U2의 첫 내한 공연을 관람한 뒤 보노와 환담을 갖고 "평화를 향해 갈 길이 멀지만 꼭 이뤄질 것"이라며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했으면 남북 분단으로 휴전 중인 상황을 잘 이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북한이 폐기를 약속했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에 나서는 등 미·북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데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통상 월요일에 하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도 이날 잡지 않았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라는 '본질'이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만 강조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록밴드 U2 리더인 보노 손잡은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아일랜드 출신 록 밴드 U2 리더인 보컬 보노(Bono·오른쪽)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메시지를 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록밴드 U2 리더인 보노 손잡은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아일랜드 출신 록 밴드 U2 리더인 보컬 보노(Bono·오른쪽)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메시지를 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U2가 베를린 장벽 붕괴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 '원(One)'을 언급하면서 "독일 통일 이후 우리 국민도 남북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열망이 더욱 강해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보노와 비무장지대(DMZ) 공연 개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노는 전날 첫 내한공연에 참석한 김정숙 여사에게 "남북 평화를 기원한다"고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전날 북한 국방과학원이 "7일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힌 데 대해 9일에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한 록 밴드 U2와 이틀 연속 만나 '평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보노에게 "평화의 길에 음악을 비롯한 문화·예술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이에 보노는 "음악은 강력하다(Music is powerful)"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남북 음악인들이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보노는 문 대통령에게 199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집을 선물하면서 "내 서재에서 꺼내온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보노에게 "한국의 수많은 U2 팬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는 보노에게 DMZ 방문 얘기를 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U2의 노래를 듣게 되었으면 하는 깊은 소망이 있다"고 했다. 또 "평화, 국제보건, 빈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해주셨다"며 "보이스가 없는(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보이스가 돼주고 싶다는 U2의 지향에 공감한다"고 했다. 인권 운동가로도 유명한 보노는 이날 문 대통령과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한 대화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보노의 만남은 한국을 찾은 보노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질병 퇴치에 기여한 데 대해 감사 뜻을 전하고 싶다고 요청해 성사됐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 운동을 하는 국제 보건기구 글로벌펀드에 질병 퇴치 기여금을 3년간 2배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관계를 걸어 잠그고 대남 무력 도발과 도발적 언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낙관적 대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의 메시지가 급박해지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0/20191210001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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