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천 北인민군 총참모장 담화⋯"우리 무력 최고사령관, 트럼프 발언 매우 불쾌하게 접해"
"美가 우리 상대로 무력 사용하면, 우리 역시 신속한 상응 행동 가할 것"
트럼프 무력 사용 가능성 언급에 대한 반발 치고는 로키 대응이란 분석도
 

전문가 "대화→긴장 국면으로 넘어가는 징후"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필요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 소식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박정천이 담화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3일 영국에서 진행된 나토 수뇌자 회의 기간 우리에 대한 재미없는 발언을 하였다는 데 대해 전해 들었다"며 "우리 무력의 최고사령관도 이 소식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고 말했다. 북한군 최고사령관은 김정은이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두봉밀영, 간백산밀영, 대각봉밀영을 비롯한 백두산일대 혁명전적지를 방문했다고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두봉밀영, 간백산밀영, 대각봉밀영을 비롯한 백두산일대 혁명전적지를 방문했다고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박은 그러면서 '무력에는 무력으로 맞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는 경우 우리가 어떤 행동으로 대답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은 "지금 이 시각도 조미(미·북) 관계는 정전(停戰) 상태에 있으며 그 어떤 우발적인 사건에 의해서도 순간에 전면적인 무력충돌에로 넘어가게 되어있다"며 "최근 미국 군대는 우리 국가를 겨냥한 심상치 않은 군사적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군사적 행동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에 주는 영향들에 대하여 분석하고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은 이어 "나는 이처럼 위험한 군사적 대치상황 속에서 그나마 조미 사이의 물리적 격돌을 저지시키는 유일한 담보로 되고 있는 것이 조미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번에 미국 대통령이 우리 국가를 염두에 두고 전제부를 달기는 했지만, 무력사용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하여 매우 실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세와 허세적인 발언은 자칫 상대방의 심기를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며 "한 가지만 명백히 말해두지만, 자국이 보유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영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우리(미국)는 역대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비핵화 협상에 '연말'이라는 시한을 제시한 뒤, 잇따라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여온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이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하루 뒤 김정은이 "불쾌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군 총참모장을 내세워 자신들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놓은 논평 치고는 표현이 정제돼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김정은이 일단 트럼프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하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파국적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 수뇌부에서 정확한 분석·평가가 끝나지 않아 로키(low-key) 대응으로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으로서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부르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같은 언급한 상황에서 맞받아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다만 김정은 명의로 맞대응하는 것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 나름대로 수위 조절은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인데 대화 국면이 긴장 국면으로 넘어가는 징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친분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나는 그가 (비핵화) 합의를 지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지켜볼 것"고 했다.

한편 김정은은 군 간부들과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동행한 (군) 지휘성원들과 함께 군마를 타시고 백두대지를 힘차게 달리시며 백두광야에 뜨거운 선혈을 뿌려 조선혁명사의 첫 페이지를 장엄히 아로새겨온 빨치산의 피어린 역사를 뜨겁게 안아보시었다"고 보도했다.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김정은은 박정천 육군 총참모장과 군종 사령관, 군단장 등 군 간부들이 대거 수행했다. 자신이 미국에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는데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는 데 대해 군사적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4/20191204033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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