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해 "우리가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말 시한'을 제시한 뒤 비핵화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고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은 미·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았던 지난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가지 군사옵션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상징적 시설 한두 곳을 정밀 폭격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주는 이른바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제한적 선제타격)도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한 군대를 갖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며 "이를 사용하지 않기를 원하지만, 그래야 한다면 우리는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서명했던 합의를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그는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가 합의를 지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미국, 특히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군사옵션을 언급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2년여만이다. 2017년은 미·북 사이에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한해였다. 그해 북한은 17차례의 미사일 도발과 한 차례의 핵실험(6차)을 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늙다리 전쟁광', '악의 대통령', '거짓말의 왕초' 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유엔총회에서 김정은을 로켓맨(Rocketman)으로 지칭하며 "로켓맨은 자신과 그의 정권을 자살로 몰아넣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력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나 동맹을 수호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8년 미·북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친구라고 부르며 두 사람 사이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며 '그를 믿는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며 비핵화 협상을 낙관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2년 3개월만에 공개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로켓맨'을 언급하며,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며 대북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과 비슷한 발언을 하면서 당시 거론됐던 미국의 군사 옵션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미국은 20여가지의 군사 옵션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심 지휘부를 겨냥한 이른바 '참수작전'과 핵과 미사일 통제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전략자산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펴는 저강도 군사 행동 등이 거론됐다.

그 중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는 북한의 상징적 시설 한두 곳을 정밀 폭격하는 작전 가능성이 거론됐다. 2017년 12월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 정부가 ‘코피’라는 이름의 대북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그런 말(코피)을 써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런 제한적 타격 전략이 여러가지 옵션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당시 텔레그래프는 "현재 검토 중인 군사옵션 중 하나는 북한이 추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하기 전에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거나 미사일 보관 무기고를 타격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변 핵시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 신포 잠수함 기지 등의 일부 시설물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2018년 2월 말에는 미 국방부가 하와이에서 북한을 겨냥한 비밀 전시작전 계획을 점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한반도에서 잠재적 전쟁 명령이 내려질 경우 미군 병력·장비 소집과 북한 타격에 초점을 맞추고 전시 작전 계획을 점검했다. 다수의 미군 정찰기들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작전계획,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 운용 계획 등도 그중 일부다.

구체적으로 이미 재래식 정규군과 특수부대가 북한 핵시설을 목표물 삼아 단계별로 배치되는 상황까지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한 후 유인기와 무인기를 투입하는 작전과 미군 전투기 격추 시 숨지거나 부상한 조종사들을 데리고 나오는 작전 등도 검토됐다. 미군 작전의 위험 요소도 함께 점검했다. 위험 요소 중에는 미 국방부의 제한된 능력 속에서 부상한 미군 병력을 매일 철수시켜야 하는 상황, 북한의 화학무기 보복 대응 가능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가 상정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북한에 대한 국지적 타격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미국을 겨냥한 ICBM을 발사하기 힘들어졌을 경우 초대형 방사포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한국과 일본을 겨냥해 '분풀이성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에 2400만명의 인구가 밀집해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 무력 행동은 상당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북한과의 전쟁은 재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군사적 옵션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 둘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신 대북 제재를 강화하거나 외교적 협의를 위해 중단하기로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함으로써 북한에 '대화'로 갈 것인지, '대결'로 갈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최근 외무성 부상 담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도발한 데서 비롯됐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강경 대응 의사를 피력함으로써 더 이상 북한에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을 말했다는 점에서 2017년 거론된 코피 작전 등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다뤄질 순 있다"면서도 "다만 한국 내 거주하는 미국인의 안전과 서울이 입을 피해들을 생각하면 쉽게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결정할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제거해 북한의 맞대응 의지를 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보복한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핵심 시설을 타격해야 한다. 특히 통신망을 무너뜨려 평양의 공격 신호가 야전 무대에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4/201912040135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