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 경고]

"주한미군 계속 주둔하려면, 한국이 방위비 더 분담하는게 공정"
北이 '크리스마스 선물' 압박하자… 2년만에 '로켓맨' 언급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남북한을 겨냥한 발언을 동시에 내놨다. 북한이 '연말 시한이 다가온다'며 미국과 약속한 '중대 조치' 파기를 시사한 데 대해선 근 2년 만에 '대북(對北) 무력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북 교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하고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강(强) 대 강(强)' 충돌 국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한미군이 미 안보 이익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엔 "토론할 수 있다. (주둔이든 철수든) 두 방향 다 가능하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 외무성 리태성 미국 담당 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중대 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정은이 미국에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까지 미국이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탄핵 위기 속에서 재선을 치러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겠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연말 총화(總和)를 앞두고 가시적 외교 성과를 거둬야 하는 김정은의 초조함과 도발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로켓을 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정은을 다시 '로켓맨(rocket man)'이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며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됐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오른쪽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백두산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고 있는 모습. 김정은은 최근 노동당 고위 간부들에게 “굶어 죽더라도 남조선에 구걸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오른쪽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백두산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고 있는 모습. 김정은은 최근 노동당 고위 간부들에게 “굶어 죽더라도 남조선에 구걸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작년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며 줄곧 대북 유화 메시지를 발신해온 것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가 크게 높아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올해 들어 13번에 걸쳐 방사포·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북한을 두둔하며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시사했다"며 "인내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비핵화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연말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을 겨냥한 발언도 했다. 그는 주한미군이 미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주둔이든 철수든) 두 방향 모두에 대한 근거를 댈 수 있다"며 "만약 계속 주둔한다면, 그들(한국)이 좀 더 공정하게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주한미군 감축·철수설을 강력 부인한 미 국방부의 입장과는 온도 차가 컸다.

앞서 미군은 이날 정찰기 2대를 동시에 한반도 상공으로 보내 대북 감시 활동을 벌였다. 2대의 정찰기가 같은 날 동시에 출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군은 지난달 28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도발을 감행했을 때도 하루에 정찰기 2대를 동시에 띄웠다. 북한이 미국에 통보한 대화의 '연말 시한'이 다가오자 동시다발적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민간 항공 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지상 감시 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스와 미사일 신호 수집기 컴뱃 센트(RC-135U)를 차례로 내보내 한반도 상공을 정찰했다. 앞서 2일에는 리벳 조인트(RC-135W), 지난달 30일에는 드래건 레이디(U-2S)가 출격해 북한의 동향을 감시했다. 군 당국자는 "당분간 미군의 북한 미사일 동향 감시망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폴 나카소네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육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이 방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외교부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4/20191204001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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