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부터 ‘아사 추정 탈북 모자’ 장례 반대하며 단식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 당선 후 나아진 것이 없다"
탈북민 대학생이 이어서 단식 농성 진행하기로 해
 


아사(餓死) 추정 탈북 모자 사망 사건과 북한 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반발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식 농성에 나섰던 탈북민이 9일만에 병원에 이송됐다.
 

단식 농성 중이던 탈북민 이동현(46)씨는 3일 오전 9시 40분쯤 서대문구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날까지 이씨의 농성텐트를 찾아온 이들이 "아직 안 죽었소?"라고 농담을 건네면 "멀쩡합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으나, 밤사이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맥박이 약해졌다고 한다. 밤사이 서울의 기온은 영하 3도까지 떨어졌다.

이씨는 단식을 더 이어가겠다고 주장했지만, 주변에서 만류했다. 한 탈북민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오히려 건강만 잃을 것을 염려했다"며 "어서 몸을 추스리면 좋겠다"고 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씨의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이동현씨가 이송되고 있다. /권오은 기자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이동현씨가 이송되고 있다. /권오은 기자

이씨는 지난 11월 25일 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 남북하나재단이 지난 7월 관악구에서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의 장례를 치르기로 하자, 단식에 나섰다. 그는 지난 8월 탈북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서울 광화문광장 옆에 한씨 모자(母子)의 분향소를 차리자, 매일 그곳을 지켜왔다.

이씨는 "정부가 탈북민이 굶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무조건 장례부터 치르자고 한다"며 "이건 장례가 아니라 ‘시체처리’"라고 주장했다.

남북하나재단 측은 "고인이 사망하고 긴 시간이 지나도록 장례 문제에 대해 탈북민 비상대책위와 조속한 시일 내에 협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도적 차원에서도 더는 고인의 영면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한씨 모자는 지난 11월 28일 화장 후 경기 고양시 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텐트 안에 이씨가 누워있다. /권오은 기자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텐트 안에 이씨가 누워있다. /권오은 기자

지난 2일 농성텐트에서 만난 이씨는 이른바 ‘북한 선원 강제 북송 논란’과 ‘베트남 탈북민 14명 추방 소식’ 등을 열거하며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 임명 이후 탈북민들의 인권이 더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불안해졌다"고 했다.

특히 같은날 종로구청에서 이씨의 농성텐트를 철거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그냥 편하게 죽이고 함께 철거하라’라고 하니 그대로 돌아갔다"고 했다. 앞서 종로구청은 지난달 30일까지 텐트를 철거해달라고 계고장을 보낸 상태였다. 종로구청 측은 "집회 신고도 별도로 없었고, 적치물로 판단이 돼서 정비 차원에서 확인차 방문했다"며 "철거를 시도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파 등으로 건강이 염려돼 찾아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다른 탈북민들의 처지에 민감한 이유는 그 역시 탈북시도 3번만에 한국에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차례 탈북에 실패했던 이씨와 가족들은 지난 2010년 12월 30일 북한 두만강을 건너, 2011년 2월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탈북민들은 말 그대로 사선(死線)을 건너오는 것"이라며 "자유를 찾아온 곳에서도 죽음을 지켜만 보는 것이 괴로워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단식 농성장을 떠났지만, 다른 탈북민 출신 대학생이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 탈북민은 "쓰러지면 다른 이가 또 단식에 나설 것"이라며 "이미 긴 줄이 섰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3/20191203028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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