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으로 발사 각도 틀어지거나 이동발사대 훼손 막는 토대 설치
동창리 발사장 수십개 생기는 셈

탄핵 정국 몰린 트럼프, 北 도발땐 '화염과 분노' 전략 회귀 가능성
 

북한이 지난여름부터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쏠 때 사용하는 콘크리트 토대를 북한 전역 수십 곳에 만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최근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에서 ICBM을 발사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었다. 당시 군은 정 실장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은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ICBM을 발사하려면 받침대 등을 이용한 지반 보강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토대를 만들면 지반 보강 작업이 필요 없어 바로 미사일을 쏠 수 있다. 군은 북한의 이동식 발사 능력을 폄훼하려 했지만, 북한은 이미 곳곳에 미사일 패드를 만들어 발사 능력을 보강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한·미 양국의 소식통을 인용, 최근 북한에 증설된 콘크리트 토대는 가로·세로 수십m 크기로 ICBM 이동발사대도 올려놓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콘크리트 토대는 지반이 약한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발사대가 망가지거나 미사일의 궤도가 틀어지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때 발생한 진동으로 발사 각도가 틀어지거나 이동식 발사대가 파손되곤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 공항 활주로에 이동식 발사대를 세워놓고 미사일을 발사한 경우도 있었다.

군은 북한의 이런 미사일 발사 방식을 두고 "이동식 발사대 기술이 불완전하다"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북한이 이런 식으로 수십 개의 콘크리트 토대를 만들어놓으면 사실상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와 같은 곳이 수십 곳 생기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 정권이 북한 비핵화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가 군사적 실효성을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함께 북한이 연내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리 국정원이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도 11월 초부터 북한의 군사 도발을 경계하며 이지스함을 동해에 상시 배치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사거리 1만㎞ 이상의 화성 15호를 발사한 후 ICBM 발사는 중단한 상태다.

북한이 동창리 폐기와 함께 양대 비핵화 업적으로 선전해왔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됐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은) 이미 충분한 실험을 거쳤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만약 완전히 다른 종류의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실험이 또 필요하겠지만, 갑자기 핵무기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해 핵실험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현시점에서 그들이 핵실험을 추진한다면 그건 정치적 목적"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거듭되면 탄핵 정국에 놓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전략을 재개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센터(CNI) 한국 담당 국장은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등 외교적 이슈 때문에 (의회 탄핵 표결에서) 공화당의 표를 하나라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적인 행동으로 대응하기를 강요받을 것"이라고 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가 탄핵이라는 정치적 구속에서 자유로워질 경우 북한의 핵시설 폐쇄 대가로 제재 일부 완화는 물론 북한 정권에 대한 안전 보장 같은 약속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김정은이 ICBM 발사나 핵실험을 한다면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라고 불렀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3/20191203001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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