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이산가족 문병칠(68)씨는 이날 개별상봉 장소인 워커힐 호텔에서 동생 병호(63)씨, 정자(58·여)씨, 정선(55·여)씨 등과 만나 한 달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 황봉순(90)씨의 제사를 지냈다. 황씨는 지난달 19일 아들의 생사를 확인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전날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동생들과 부둥켜안은 문씨는 “출발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며 “진짜 돌아가셨느냐”고 몇 번씩 되물어 가족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북에서 온 형제 양원렬(69)씨를 맞은 진열(82), 정아(여·78), 용생(여·73), 문열(64) 남매는 이날 숙소인 올림픽파크텔에서 과일, 북어와 곶감 등 제수용품을 챙겨 넣었다. 어머니의 영정, 축문(축문)도 곱게 담았다. 아들이 전쟁통에 실종된 뒤, 눈물과 한숨의 나날을 보내다 지난 69년 돌아가신 어머니(당시 79세)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서다. 마침 개별 만남이 이뤄지는 오는 17일이 어머니의 30주년 기일(기일).
북한 계관시인인 오영재(64)씨는 돌판에 새긴 부모님 영정 앞에 제사상을 차린 뒤 “내 환갑 때 김정일 장군님이 차려주신 음식상에 놓여있던 잔”이라며 작은 크리스털 잔을 꺼내 부모님 영정 앞에 올려 놓은 뒤 절을 했다.
상봉 이틀 전 큰형 박원길(89)씨가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박노창(69)씨도 이날 숙소로 찾아온 조카들과 함께 큰형 제사를 지낸 뒤 “제사라도 지내 조금이나마 무거운 마음이 덜하다”고 말했다.
북에서 온 형 홍두혁(67)씨를 만난 동생 두근(61)씨는 “형님께서 직접 지방을 쓰시고 나도 올 때 지방을 한 장 써 왔다”며 “형님이 북한에서 가져온 인삼주와 우리가 준비한 과일을 올려 놓고 부모님께 제사를 지냈다”고 밝혔다.
/김민식기자 callin-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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