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인접 황해 연백에 초소 여러개… 南교동도와는 불과 3㎞
갈도·아리도에 병력, 함박도에 레이더 등 야금야금 서해 파고들어
손놓고 있는 軍, 北초소 묻자 "탈북 막기 위한 것으로 보여" 궤변
 

북한이 한강 하구인 황해남도 연백 지역에 초소 여러 개를 증설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연백 지역은 우리 측 교동도를 마주 보는 평야지대로 약 3㎞ 거리다. 우리 정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한강 하구 수로 공동조사, 서해 평화수역 설정 등 북한과의 협력에 매진하는 사이 북한은 우리 군을 위협하는 시설을 늘린 것이다. 연백 지역 초소 증설을 끝으로 황해도 서안에서 한강 하구에 이르는 북한의 '서해 요새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군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연백 지역에는 최근 감시용 초소 여러 개가 세워졌다. 이 일대는 평야 지역이고, 대단위 염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초소가 세워진 이유에 대해 "염전 노동자 등의 탈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백 의원은 밝혔다. 하지만 백 의원은 "최근 함박도 논란을 통해 알려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요새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은 서해를 요새화하는데 우리 군은 손을 놓고만 있다"고 했다.
 
26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지역에 북한군 초소로 추정되는 시설이 보인다. 최근 북한은 교동도에서 약 3km 떨어진 황해남도 연백에 우리 군을 감시하는 초소들을 증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지역에 북한군 초소로 추정되는 시설이 보인다. 최근 북한은 교동도에서 약 3km 떨어진 황해남도 연백에 우리 군을 감시하는 초소들을 증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운호 기자

북한군의 서해 일대 요새화 작업은 2015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때부터 서해 일대의 무인도 20여개 중 병력이 주둔할 수 없는 3곳을 제외하고 모두 북한군 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요새화는 연평도에서 4.5㎞ 떨어진 갈도에서 처음으로 관측됐다. 북한은 당시 122㎜ 방사포 4문과 100여명의 병력을 갈도에 주둔시켰다. 2016년에는 갈도 동쪽의 아리도를 요새화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에는 강화도 인근의 함박도를 점령했다. 함박도에는 관측소와 레이더까지 설치했다. 한강 하구의 내륙인 연백 지역에도 초소들이 들어서면서 서해 NLL을 잇는 '대남 감시 전선'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작심하고 서해 일대를 야금야금 파고들어 왔다"며 "서해 5도와 수도권에 대한 감시 능력을 높이고 유사시 타격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창린도 해안포 포격 도발' 지시를 비롯한 최근 일련의 군사 행보가 북한의 '서해 요새화 작전' 마무리 시점에 집중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6일에는 2년 만에 사실상의 폭격 훈련인 전투비행술대회를 참관하고, 이틀 뒤 후방 교란용 AN-2기를 활용한 낙하산 침투 훈련을 지도하는 등 대남 무력시위의 강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외교가에선 "북한의 도발은 겉으론 한국을 겨냥하지만, 궁극적으론 대미 압박 메시지"란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연말 미·북 대화가 잘 안 되면 2017년 한반도에서 벌였던 군사적 긴장 행위를 얼마든지 재개할 수 있다고 미국에 경고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북한의 거부감이 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지난 21일 조건부 연장된 뒤 김정은이 9·19 남북 군사합의 정면 위반에 해당하는 해안포 도발을 지시한 사실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 무기조정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의 이번 포격 공개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두고 "친미·친일에 쪄들 대로 쪄든 현대판 을사오적의 추악한 맹동"이라고 비난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7/20191127002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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