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를 방문해 현지 시찰을 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를 방문해 현지 시찰을 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노동신문

북한군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사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구체적으로 북한이 언제, 어떤 종류의 해안포를 어느 방향으로 몇발 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조선중앙통신 보도 이후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우리 군 당국 북한의 해안포 사격 사실을 알고도 북한 발표가 나올 때까지 침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5일 새벽 김정은 창린도 해안포 방어대 시찰 소식 보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벽 김정은이 황해도 남단 창린도에 주둔하는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창린도 해안포중대 포진지와 감시소를 찾아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직접 목표를 정해 사격을 지시했다. 통신은 이어 "해안포중대 군인들은 (김정은에게) 평시에 자기들이 훈련하고 련마(연마)해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줬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창린도 방어대 시찰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김정은의 동정을 통상 그 다음날 보도하는 경향으로 미뤄, 김의 창린도 방어대 시찰은 지난 24일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창린도는 황해도 최남단에 있는 섬 중 하나로 서북5도 중 가장 가까운 대청도에서 동쪽으로 37km 떨어져 있다.
 

◇국방부, 北 김정은 창린도 시찰 보도 후 유감 표명

이에 대해 국방부는 "(창린도 방어대의 포 사격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서해 완충구역 일대에서의 해안포 사격훈련 관련 사항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최 대변인은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구체적으로 언제 이뤄졌느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이 해안포를 어느 방향으로, 몇발 발사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최 대변인은 '북한이 또 다시 포사격 훈련에 나선다면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이냐'는 물음에는 "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추후 말씀드리겠다"며 답을 피했다. '전통문 등 북측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추후 조치에 대해선 다시 말씀을 드리겠다"고만 했다.

◇국방부 언제 알았나?

국방부가 북한의 해안포 사격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도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포사격 사실을 언제 파악했는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북한의 해안포 발사 직전이나 직후에 관련 사실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북5도에 인접한 북한 해안포 부대에서 김정은이 현지 시찰까지 한 가운데 실시된 포사격 시범을 군 당국이 북한 보도를 보고 알았을 가능성은 낮다고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의 해안포에 대한 동향 감시가 강화됐다"면서 "해안포의 포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감시됐을 것이고, 포문 개방을 포착하지 못했더라도 포성을 통해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5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한 점으로 미뤄 김정은의 창린도 현지 시찰과 포사격은 최소 24일 이전에 실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서 해안포를 사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이날 오전까지 침묵한 셈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군 당국이 알고도 침묵했다면 국민에게 북한의 도발 사실을 숨긴 셈이고, 북한 보도를 보고 알았다면 군의 경계 능력에 허점이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면서 무엇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군 당국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 센터장도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무력 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언론이 이를 공개하기 전까지 군 당국이 침묵으로 일관한 건 큰 문제"라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평화 분위기를 띄우고, 국민의 대북 정서가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깜깜이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5/20191125018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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