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지시로 적대행위 금지구역서 해안포 쐈다...국방부 "9·19 합의 위반" 첫 유감 표명

김정은, 서해5도 인근 창린도서 해안포 사격 지시...북한군 포사격술 시범
"서해상 완충구역내 해안포 사격금지 첫 위반"⋯軍, 北 사격 시점·방향 공개 안해
 

북한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9·19 군사합의에서 포사격을 중지하기로 한 서해 해상 적대행위 금지 구역에서 해안포 사격을 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에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가 9·19 군사 합의 이후 북한의 위반 사례를 지적하며 유감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접경 지역인 서해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하고 북한군이 포사격술 시범을 보인 것과 관련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최 대변인은 "북측에서 언급한 해안포 사격훈련은 지난해 9월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하고 그간 충실히 이행해 온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서해 완충구역 일대에서의 해안포 사격훈련 관련 사항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그러면서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최 대변인은 '9·19 군사합의 위반 사실에 대한 대북 전통문을 발신할 계획이냐'는 질문엔 "추후 조치에 대해서는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해안포 사격훈련에서 실제 포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김정은 위원장은 전투직 일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해안포 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시며 사격을 해보라고 지시하셨다"고 보도했다. 또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 해안포중대 군인들은 평시에 자기들이 훈련하고 련마(연마)해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드리고 커다란 기쁨을 드렸다"고 했다. 해안포를 쐈다는 명시적인 표현은 없지만 포사격술이란 표현을 쓴 것으로 미뤄 김정은 앞에서 사격 시범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또 "싸움준비와 전투력강화가 곧 최대의 애국"이라며 "그 어떤 작전과 전투임무도 능히 감당해낼 수 있게 훈련을 과학적으로, 실용적으로, 실전의 맛이 나게 더욱 강도 높게 시켜 정치사상적으로나 육체기술적으로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고 했다. 특히 "포병부대, 구분대들에서는 명포수운동의 불길을 계속 지펴올려야 한다"며 "철저한 무기체계 점검과 기술관리를 통해 임의의 시각에도 전투임무수행에 동원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런데 남북은 지난해 맺은 9·19 군사합의에서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또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에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 폐쇄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김정은이 방문한 창린도는 초도 이남에 있기 때문에 군사합의에 따른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에 포함된다.

통일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남북 접경 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려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행동이 있어선 안된다"면서 "남북 간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거듭 강조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