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북한이 미·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탓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비핵화 의도가 전혀 없는 북한이 미국의 모든 행동을 트집잡기 위한 일종의 지연전술"이라고 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협상의 성격과 목표에 따라 적대 정책 목록을 수시로 바꾸고 늘리며 비난해왔다"고 말했다. 1990년대에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이 북한이 주장한 대표적인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었는데 여기에 한·미 연합훈련, 대북 제재 등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모호함 때문에 미 협상가들은 북한에 '적대시 정책'을 분명히 정의해줄 것을 요구해왔다고 VOA는 전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한이 25년 동안 비난해온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북한에 자주 물었지만 대답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으며 아직도 그 뜻을 모른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 때도 미국은 안보 보장, 종전 선언, 적대시 정책의 정의가 무엇인지 북한에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 전직 고위 관리들은 VOA에 북한의 적대 정책 논리가 과거의 비난과 요구 수준을 훨씬 넘어 미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터무니없는 조치들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적대시 정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적대시 정책의 대상을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러 모호하게 놔둠으로써 범위를 확대하려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경제 제재 해제 뿐 아니라 한미 군사동맹 파기,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군 철수,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미·북 외교관계 수립 등의 조치를 의미한다"고 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의 적대시 정책 주장은 40년 동안 계속돼 왔으며 어떤 의미를 담은 게 아니라 일종의 ‘지연전술(stalling tactic)’로 이용됐다"며 "비핵화 의도가 전혀 없는 북한이 비핵화 요구를 하는 미국의 모든 행동을 적대시 정책으로 트집잡아 이를 일축하는데 주력해온 것"이라고 했다고 VOA는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5/2019112501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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