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낸 날짜가 '11월 5일'이라고 북한이 공개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정부는 동해로 넘어온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북에 서면으로 통보했다. '김정은 초청장'에 '어민 북송문'을 동봉한 셈이다. 북이 6일 "보내라"고 하자 7일 곧바로 북송했다. 북 어민들은 우리 측에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수갑을 차고 눈이 가려진 채 판문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북한군 병사를 보는 순간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지난 6월 삼척항에 도착한 북 어민 4명 중 2명을 북송할 때도 이랬다. 어민들이 목선에서 내리기 직전 문 대통령은 북유럽에서 "6월 중에도 (남북 정상회담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고 하면서 김정은·트럼프 만남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조각배를 타고 57시간 사투 끝에 내려온 북 어민들을 몇 시간만 조사하고 '2명은 귀순 의사 없음' 판정을 내렸다. 그러고는 쫓기듯 사흘 만에 북송했다. 6월 말 김정은을 판문점으로 초청해 남·북·미 쇼를 할 계획이었는데 '어민 귀순'으로 김정은이 화를 낼까 봐 그랬을 것이다.

이 정부가 16명 살해 사건에 연루된 북한 어민 2명을 돌려보내며 '우리 국민 안전'을 언급했을 때 수긍하는 국민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11월 김정은 방한을 위해 희생양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은 북 어민들이 "(우리 측) 신문 과정에서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했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흉악범이라고 해도 사람 목숨을 제물(祭物)처럼 다룰 수는 없는 일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2/20191122030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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