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아세안회의 나흘 앞두고 거부 "형식적 수뇌상봉 안하는 게 나아"
靑 "평화 위한 기회인데 아쉽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25~26일)에 초청하는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지금 시점에 형식적인 북남 수뇌 상봉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행사를 나흘 앞두고 초청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부산 초청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김정은이 오지 못할 경우 특사라도 보내달라'는 취지의 '간절한 청(請)'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는 물밑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김정은의 부산 방문을 성사시켜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열고자 했던 정부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북한이 노골적인 '대남 무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란 기사에서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김정은)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면서도 "국무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표면적으론 '정중한 거절' 의사를 밝히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폭로하며 훈계조로 면박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통신은 "죄스러운 마음으로 삼고초려를 해도 모자랄 판국"이라며 문 대통령의 초청을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넣어 보자는 불순한 기도"라고 했다. 이어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 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라고도 했다.

통신은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대와 마주 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민족 공조'의 명분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적극적인 남북 경협에 나서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문 대통령 모친 별세) 조문에 대해 11월 5일 답신을 보냈다"며 "(남북 정상이) 평화 번영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2/20191122002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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