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 김정은에게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곧 보자"며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시사하는 듯한 말도 했다. 한·미가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하고, 몇 시간 안 돼 이런 글을 올린 것을 보면 미·북 대화가 곧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상 차원이든 실무 차원이든 미·북이 다시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은 나쁠 게 없다. 다만 그 목적이 오로지 '완전한 북핵 폐기'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 '쇼'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는 북핵 폐기는 뒷전이고 국내 정치 위기 돌파를 위한 이벤트를 찾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트럼프는 이날 글에서도 북이 자신의 정적(政敵)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개'라고 비난한 것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 바이든은 졸리고 아주 느릴 수는 있지만 '미친개'보다는 낫다"고 조롱했다. 진지한 대북 메시지가 아니라 내년 대선의 유력 경쟁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북을 끌어들였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사람이다. 두 차례의 '김정은 쇼'로 미 국민들에게 "북 위협은 사라졌다. 다른 대통령과 달리 미국을 지켜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 장막 뒤에서 북의 핵·미사일 능력은 더 고도화됐고,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한·미 군사훈련만 없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 김계관은 이날 트럼프의 대화 메시지에 대해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 이상 트럼프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탄핵 고비를 넘더라도 재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김정은을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이 적반하장식으로 큰소리치는데도 오히려 북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이 한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12차례 쏴도 "문제없다"고 했고, 연합 공중훈련은 규모를 줄이겠다고 하다가 그마저 안 한다고 했다. 미국 정치 계산기만 두드리는 트럼프라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미 행정부에서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인사들은 쫓겨나고 아부꾼들로 채워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가짜 평화 쇼'를 막기는커녕 한술 더 뜨려고 할 것이다. 미·북 협상 테이블에서 대한민국 안보가 통째로 거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8/20191118034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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