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우리 전복하려는 개꿈 꿔 더 이상 마주앉을 의욕이 없다"
김정은은 보란듯 폭격훈련 참관
탄핵 위기에 처한 트럼프 압박해 더 큰 양보 얻겠다는 의도인 듯
 

17일 한·미의 연합 공중훈련 연기 결정으로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 내에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이 과도하게 북한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훈련 연기 결정 직전까지 북한은 미그-29와 수호이-25 등 주력 전투기들을 '최대 무장'해 폭격 훈련을 하는 등 한·미를 정조준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날 북한은 한술 더 떠 최근 유엔에서 채택된 북한인권 결의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이런 상대와 더 이상 마주 앉을 의욕이 없다"고 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미국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 北 폭격훈련 후 "연합훈련 연기"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 참관 소식을 전하며 "대회는 모든 비행기에 최대 무장을 적재하고 폭격 비행과 사격 비행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미그-29, 수호이-25, 미그-23 전투기들이 폭탄을 가득 싣고 이륙하는 장면, 사격 표적이 그려진 섬에 폭탄이 투하되는 장면도 공개했다. 김정은의 지시로 2014년 시작된 이 '대회'는 미·북 대화 분위기가 한창이던 작년에는 열리지 않았다. 한·미 연합훈련 문제로 미·북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다시 열린 것이다. 이달 말로 예정됐던 한·미 공중훈련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6일)→국무위 대변인(13일)→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14일 오후 9시)→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오후 11시)이 연쇄 담화를 내며 훈련 중단을 강력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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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참매 1호… 김정은 “적들과 싸울 생각해야” - 김정은(왼쪽 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 비행장에서 열린 ‘2019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머리끝부터 발톱까지 무장한 적들과 싸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김정은의 전용기 ‘참매-1호’(가운데 항공기)가 다른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당초 미국은 북한의 협박에 "북한의 분노를 바탕으로 훈련을 조정하지 않는다"(6일)며 맞섰지만, 국무위(위원장 김정은)가 직접 "배신감"을 운운하며 "심사숙고하라"고 위협하자 태도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훈련 축소·조정'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자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은 지난 14일 "긍정 평가한다"며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김영철의 '희망'대로 된 것이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북한은 자기들 훈련을 공개리에 다 하는데 한·미는 북한이 싫어한다고 중단한다.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라며 "한·미 동맹을 떠받치는 게 연합 훈련인데 줄줄이 중지·연기하다 보면 동맹은 껍데기가 되고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도 없어진다"고 했다.

北 "美, 우리 전복하려는 개꿈 꿔"

북한은 한·미의 연합 훈련 연기 발표에도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쯤 발표한 담화에서 "반(反)공화국 인권 소동의 배후에 미국이 서 있다"며 "미국이 우리 제도를 전복하려는 개꿈을 꾸고 있다. 이런 상대와 더 이상 마주 앉을 의욕이 없다"고 했다. 한·미 국방장관의 훈련 연기 발표 2시간 뒤였다.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이 훈련 중단으로 북한 압박에 양보하자 북한이 더 기고만장해졌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 같은 북한의 몰아붙이기를 '고도의 대미 협상술'이라고 했다. 미·북 실무협상의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이 지난달 '스톡홀름 노딜' 직후 밝힌 대로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명길은 지난 14일 담화에서도 종전 선언, 연락 사무소 개설 등을 '부차적 문제'로 치부하며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경제와 군사 문제에 이어 인권 문제 불개입까지 요구했다"며 "탄핵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더 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8/20191118003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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