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방문단이 혈육을 위해 마련한 선물은 풍성했다. 사진첩, 반지, 옷감, 술 등등. 갖가지 사연을 담은 이 선물들은 눈물과 웃음 속에 50년간 못 만난 가족들에게 건네졌다.

남측 언론인 출신의 주영관(73)씨는 16일 오전 워커힐 호텔에서 북한 장관 출신 동생 영훈(69)씨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며 노트와 앨범을 주었다. 노트에는 5명의 식구가 35명이 된 내력과 가족사 등이, 앨범에는 가족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 홍길순(87)씨는 딸 김옥배(62) 평양음악무용대학 교수에게 백금반지를 끼워줬다. 홍씨는 “시집갈 때 끼워주려고 40년 전 마련했다”며 “(손가락에) 꼭 맞네, 꼭 맞네”하며 즐거워했다.

북한 시인 오영재(64)씨는 형 승재(68)씨에게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내 환갑 때 차려주신 큰 음식상에 놓여졌던 2개의 잔 가운데 하나”라며 작은 크리스털 잔을 꺼내주기도 했다.

리동섭(65)씨와 김일성 대학 교수 조주경(68)씨는 “만수무강을 기원한다”며 어머니 장순복(88)씨와 신재순(89)씨에게 각각 고려인삼탕과 산삼을 바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선글라스, 신발, 스타킹, 돋보기, 영양제 등 선물 보따리는 다양했다.

한편 이산가족이 된 후 남쪽에서 재혼한 뒤 이번에 평양을 방문한 이환일씨는 현재 남한에서 함께 사는 아내가 애지중지하던 금목걸이를 녹여 만든 금반지 3개를 평양으로 가져가 북쪽 아내, 아들, 딸에게 차례로 끼워주기도 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구성재기자 sjk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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