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창리 미사일 기지와 인민군./연합뉴스
북한 동창리 미사일 기지와 인민군./연합뉴스

북한이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북한의 선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이 '경솔한 행동'을 삼가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특히 "지금과 같은 정세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은 자중하여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북한 국무위원회는 1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화 상대인 우리 공화국을 과녁으로 삼고 연합공중훈련까지 강행하며 사태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해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국무위 대변인은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 측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 연습을 강행하기로 한 결정은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또한 우리가 높은 인내와 아량을 가지고 연말까지 정해준 시한부도 숙고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들은 쌍방의 신뢰에 기초하여 합의한 6·12 조·미(북·미)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이며 세계를 크게 흥분시켰던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전면부정"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타방(상대방)이 공약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적대적 조치만 취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일방만 그 공약에 계속 얽매여있을 아무러한 이유도, 명분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자주권과 안전환경을 위협하는 물리적 움직임이 눈앞에 확연하게 드러난 이상 이를 강력하게 제압하기 위한 응전태세를 취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위적 권리"라고 했다. "대화에는 대화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뜻과 의지"라며 "강한 인내심으로 참고 넘어온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더 이상의 인내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도 했다.

대변인은 또 "미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조미관계의 거듭되는 악순환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군사연습으로 하여 조선반도정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예민한 시기에 미국은 자중하여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세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고달프게 시달리며 자기들의 실책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메시지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중단 등 북한이 미국과 신뢰 구축 차원에서 취한 '선제적 중대조치'를 되돌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내년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무력 도발로 선거 판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6년 설립된 기구로, 우리로 치면 청와대와 역할이 비슷하다. 북한은 그동안 대미 메시지를 외무성 당국자나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발표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3/20191113031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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