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아닌 北선원 2명 북송" 주장 정성산 감독 인터뷰]

"北 소식통에 따르면 진범은 김책항에서 잡힌 1명"
"북송 당한 2명 영양 실조 상태의 20대 남성으로 배 탄지 2년도 안돼"
"선상 살인 사건, 中 옌지·훈춘까지 소문 퍼져"
"北 당국, 이번 사건 '탈북해도 남측에서 북송시킨다'며 선전용으로 활용할 것"
 
정성산 감독. /김지호 기자
정성산 감독. /김지호 기자

탈북 영화감독 정성산씨는 13일 정부가 지난 7일 북한으로 돌려보낸 북한 어민 2명이 선상 살인의 주범이 아닌데도 살인범 누명을 쓰고 북송됐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주장했다. 정씨는 이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전화 인터뷰에서 "이들이 살인 사건 진범이 아니라는 정보를 알려준 북한 내부 소식통은 탈북민을 구출하는 사람들"이라며 "5년 이상 알고 지내온 사람들로 100%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처음에는 정부 발표대로 북에서 사고를 치고 내려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북한 김책항에서 체포된 1명이 진범이란 사실을 듣고 정부가 이들을 이런 식으로 북송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사건은 앞으로 북한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공포가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은 이번 사건을 선전할 것이고 이는 그들에게 대사변"이라고 했다.

다음은 정씨와 일문일답.

ー북송된 2명이 살인 사건의 주범이 아니란 정보를 전해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신뢰할 만한 사람들인가.

"5~10년 이상 알고 온 사람들이다. 탈북민들을 구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로부터 북한 내부 소식을 주로 들어왔다. 100%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ー사건 경위를 알아보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알아본 건 아니다. 지난 7일 북송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떤 사건인지 알아보게 됐다. 처음에는 정부 발표대로 알고 있었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했다. 탈북민 중에도 북한에서 사고를 치고 오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북송된 선원 2명은 함경남도 원산·청진·김책항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실태를 알아보니 미스터리한 점이 많았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연합뉴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연합뉴스

ー어떤 점이 미스터리했다는 건가.

"함경도 지역에서 고기를 잡으려면 대부분 북·러 경계선이나 한·일 배타적 경제수역까지 가서 한탕씩 고기잡이를 해서 온다고 한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대부분 목선인데, 사정이 좀 괜찮은 선원들은 중국 엔진을 가져다 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트랙터 모터를 개조하는 게 많다고 한다. 북한 목선이 굉장히 열악하다. 그런데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15m길이 배에 선장을 포함해 19명이 탔다는 것부터 의문이다. 그런 배에 이 정도 많은 사람이 타면 가라앉을 수도 있다. 또 그 중 3명이 16명을 선상에서 차례로 살해했다는 혐의 사실도 미스터리다."

ー북한 내부 소식통은 사건 경위를 알고 있던가.

"소식통은 나진·선봉에서 오징어, 성게 같은 해산물을 중국에 팔러 가는 '대방'들이다. 용달차를 몰고 가는 서비스를 해서 '서비차대방(용달차 사장)'이라고 한다. 지난 8~9일 북한 소식통한테 알아보니 중국 옌지나 훈춘 쪽까지 소문이 퍼진 것은 맞는다. 한국 해군에 나포된 2명은 22세, 23세 난 젊은이들이다. 뱃사람 치고는 애들이다. 영양실조에 걸려 군대에도 못 간 비실대는, 뱃생활을 한지 2년밖에 안 된 아이들이라 한다."

ー선상 살인사건에 관련된 것은 맞는 것 아닌가.

"살인 사건 주범은 김책항에서 잡힌 사람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김책항에 내려 도피 자금 마련을 위해) 오징어를 팔 동안 배를 지켜보라고 했다고 한다. 북송된 2명은 배도 잘 몰 줄 모르는 애들이다. 그런데 자기들끼리 통하는 무전기로 그 사람이 잡힌 걸 알고 도주한 것이다. 남하한 목적은 김책항에서 배를 몰고 출발하니까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사람들이 추적을 시작했고 도망치듯 다니다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는 것이다."

ー정부는 북한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탈북한 사람이어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북송된 2명이 죽는 건 기정사실 아닌가.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고 해도 닷새만에 북한으로 보낼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으로 북한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겐 공포가 될 것이다. 남조선으로 도망치면 다시 북으로 끌려오는구나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이번 사건을 선전용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들 입장에선 대사변이다."

ー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인가.

"지난 2일 나포해서 합동조사를 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북송된 선원 2명이 정말 '죽어도 북에 가서 죽겠다'고 했는지,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젊은이들인데 아무리 살인을 저지르고 왔더라도 '살려달라'고 했지 않겠나. 그런데 북으로 가겠다고 했다고? 그게 말이 되느냐."

ー정부의 이번 사건 처리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북한의 사법체계,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을 한국 정부가 인정해버린 격이 됐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이미지 추락을 만든 사건이다. 해외에서도 의아해하고 있지 않나.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면 나는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할 생각도 하고 있다. 국정원과 통일부가 북송을 주저하니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주도해 북송을 결정했다는 보도도 나오지 않나. 만약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대한민국 헌법을 무시하고, 위헌적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3/20191113024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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