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했다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연합뉴스

헤일리 전 대사는 12일(현지 시각) 발간된 자신의 회고록 ‘외람된 말씀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 북한에게 전하게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북한이 날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벌였던 설전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의 표현을 쓰며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미치광이 전략은 자신을 미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해 협상을 유리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리처드 닉슨 정부 시절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고안한 개념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나로서는 ‘최대의 압박’ 전략에 실제로 도움이 됐다"며 "(2017년 네 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가 ‘피를 흘릴 때까지’ 제재를 몰아치면서 (김 위원장을) 진지한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남측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남측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러시아 외교 협상 카드도 공개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의 몰락은 북한 주민의 집단 탈출과 중국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에 이런 위험은 매우 컸다"고 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우리는 먼저 중국과 합의한 후 러시아에는 ‘이런 식으로 가면 러시아만 김정은 정권과 손을 잡는 처지가 돼 국제적 왕따가 될 것’이라고 은근히 압박했다"면서 이런 작전이 통했고 대북제재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서술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형’을 발사했고, 유엔 안보리는 그해 12월 역대 최고 강도의 대북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바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북한의 인권 실상도 폭로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족을 포함해 자신의 정적을 숙청함으로써 권력을 공고히 했다"며 "집권 초반 6년 동안 처형한 숫자가 300명을 훨씬 넘는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체제 비판을 하거나 금지된 책이나 언론을 볼 경우 강제 수용소로 보내 고문을 하거나 굶겨 죽이고, 또 죽을 때까지 노동을 시킨다"며 "유엔은 수십만명이 김정은 독재체제의 수용소에서 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3/20191113000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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