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관계
평창 이후 화해무드 딱 1년 유효… 北, 한국의 중재자 역할 불신
"내년 초까지 정세관리에 따라 평화 프로세스 평가 갈릴 것"
 

지난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후폭풍은 미·북 관계뿐 아니라 남북 관계도 급속 냉각시켰다. 이후 북한은 각종 막말과 대남 경고용 도발을 통해 한국을 대놓고 협박·무시·모욕하기 시작했다. 작년 2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된 화해·평화 무드는 딱 1년간 유효했던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는 아무 근거도 없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만 매달리다 북한의 졸(卒)로 전락했다"고 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대화는 사실상 '제로(0)' 상태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에서 미국의 제재 해제를 기대했던 김정은은 (미·북 대화를 주선한) 문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굳혔고, 한국 정부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고 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해온 운전자·중재자 역할을 불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정은 등 북한 당국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4월),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8월) 같은 막말을 쓰며 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도 이때부터다.

북한은 올 들어 타미플루(1월), 쌀 5만t(5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동 방역 제안(5월) 등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 제안을 모두 걷어찼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 남북 축구는 초유의 무관중·무중계 경기로 진행됐다. 김정은은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지구를 찾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는 육성 교시를 내렸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이어진 12차례의 미사일·방사포 도발도 '대남 경고'용임을 분명히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은 남측이 핵심인 대북 제재 해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밖의 부수적인 교류·협력 사안에도 모두 문을 닫은 것"이라고 했다. 김승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남·북·미 정상을 만나게만 하면 비핵화가 실현되고 평화가 온다는 미신에서 이제라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남북 관계가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북·미 관계가 정체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동을 거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내년 초까지 정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단으로 갈릴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7/20191107001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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