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도는 文정부] [3] 초라한 외교안보 성적표-전문가 진단
미국의 만류 뿌리치고 지소미아 파기 결정, 전략적 불신감 키워
징용 판결때 日과 외교로 풀었다면 경제전쟁 등 최악 피했을 것
사드 사태 '3不 약속', 안보주권 포기… 中은 여전히 '사드 뒤끝'
 

오는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 전문가들은 6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논란, 한·일 갈등 등 각종 문제가 잇달아 터진 주요 원인은 정부의 이념·명분 중심적 정책 추진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이라도 외교 라인을 능력 위주로 바꾸며 '아마추어 외교'에서 탈피하고, 현실적·실용적 접근법에 따라 정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미국과 협력하며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한 건 긍정적인 점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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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설 끊이지 않는 외교안보 라인 -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왼쪽에서 둘째)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4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 회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두 사람의 불화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맨 왼쪽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한·미 동맹과 함께 한·미·일 공조 체제가 흔들리고,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에 빠지게 된 것을 '최대 실책'으로 꼽았다.

국가적 안보 위기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불화설이 불거지는 등 내부 기강 해이 문제도 문재인 정부 외교 성적의 '마이너스' 요소였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상황에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 지소미아 파기 철회 요구, 대중 견제·압박 동참 요구 등 각종 '안보 청구서'가 쌓여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동맹 관리 등 정부의 '대미(對美) 외교' 성적은 C-(4점 만점에 1.78)로 평가됐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대미 협력에 공을 들이다가 갑자기 미국의 만류도 뿌리치고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며 "이로 인해 한·미 간 불협화음이 심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정부가 실질적 전략도 없이 이념과 명분을 내세우며 지소미아를 파기했다"고 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지소미아는 미국 대외 정책의 핵심인데 우리가 이에 반해 북·중·러만 득을 보는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미 조야에선 지소미아·방위비·주한미군 등 각종 문제가 쏟아지며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대미 외교력이 저하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한·미 동맹의 상태가 좋다고 했지만 북한 등 한반도의 정세 변화와 관련해 미국에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충분히 설득도 못 해 아쉽다"고 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한·미 간 전략적 불신이 커졌고, 동맹인데도 소통·공조도 안 되고 동문서답할 때도 있다"고 했다.

'남북 관계'와 '비핵화 정책'은 모두 C-로 평가됐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북한 입맛에 맞는 정책에 '올인'해 북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요구 사항도 많아져 비핵화 자체가 총체적 난관에 봉착했다"며 "이로 인해 북한에 과도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기정 교수는 "우리 정부가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협상이라는 평화적 수단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의 끈을 계속 유지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했다.

'대일 외교'는 D로 낙제점(F)에 가까웠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정부가 작년 10월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 일본과 외교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이렇게 수출 규제 조치니, 지소미아 파기니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안 갔을 것"이라고 했다.

윤덕민 전 원장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었는데,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상황이 역전돼 일본이 한국을 향해 '징용 해법을 가져오라'고 큰소리를 치게 됐다"고 했다.

대중 외교는 C-였다. 정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임기 초 '봉합'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를 위해 중국에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 '3불(不)' 약속을 해준 것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안보 주권이란 핵심 가치를 포기한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천영우 전 수석은 "정부가 굴욕적으로 '3불 약속'까지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사드를 언급하며 한국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사드 문제는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7/20191107001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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