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도는 文정부] [3] 외교안보
軍 "현무 등 미사일 유도장치 北 전자戰에 교란될 수 있다"
北미사일 제압할 킬체인 위기… 軍 뒤늦게 대응기술 도입 나서
 

우리 군이 대북(對北) 우위를 주장해 온 지대지탄도미사일 등 주요 유도무기들에 대해 "북한의 전자전(電子戰)에 취약하다"는 자체 진단을 내린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최근 미사일 등 유도무기에 장착되는 탐색기가 북한의 전자전에 교란될 수 있다는 내부 진단이 있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신기술 도입 등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군 수뇌부는 북한의 최근 신종 미사일 도발에 대해 "사전 제압이 가능하며, 방어 또한 문제없다"고 해왔다. 하지만 북 전자전에 미사일 유도 체계가 무력화될 경우 우리 군의 북핵·미사일 대응엔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
 
북한의 전자전은 유도미사일에 장착된 '탐색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탐색기가 사용하는 주파수를 교란하는 원리다. 탐색기는 움직이는 목표물 타격에 필요한 장치로, 무력화되면 현무 등의 유도미사일이 북한군 이동식발사대(TEL), 함정 등을 때릴 수 없다. 북한은 이미 TEL과 고체연료 도입으로 미사일 전개 시간을 대폭 단축해 도발 징후를 사전 탐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전자전을 통한 방어 능력까지 완비할 경우 우리 군이 구축해온 '3축 체계'의 핵심인 킬체인(선제공격) 능력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미국은 적성국의 전자전에 대비해 패트리엇-3 등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탐색기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결속력이 급속 이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 관계가 징용 배상 판결과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겪으며 '전후 최악'에 빠진 게 결정적 원인이다. 여기에다 한국 정부가 대일(對日) 보복 조치로 택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카드는 미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육군 지대지미사일 현무Ⅱ 탄도미사일 발사. /연합뉴스
육군 지대지미사일 현무Ⅱ 탄도미사일 발사. /연합뉴스

중·러의 연합 전폭기 편대가 지난 7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독도 영공을 유린한 것은 위기에 처한 3각 공조의 현주소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외교가에선 "대한민국이 오면초가(五面楚歌)에 빠졌다"는 말이 오르내린다. 북·중·러뿐 아니라 전통적 우방인 미·일과도 삐걱대는 한국의 처지를 풍자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외친 2년 반 동안 안보 분야에서는 주로 군축(軍縮)이 이뤄졌고, 북한 등 외부 세력의 위협은 가중돼 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우리의 대비 태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군 안팎에서는 "안보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가장 두드러진 건 북한이 '신형 4종 세트' 등 미사일·방사포 도발을 하며 기술을 과시하는데 우리 군의 대응 능력에는 뚜렷한 향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중국과 사드 갈등 이후 우리는 중국 측에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을 약속한 반면, 북한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회피할 기술을 대부분 완성했다. 국방부는 작년 참수부대에 배정된 예산의 5%만을 집행했고, 특수전 장비를 남수단 파병부대에 넘기기도 했다. 3축 체계 중 북한 지휘부 타격을 골자로 하는 대량응징보복(KMPR)마저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지난 1년여간 '과감한' 군축에 나섰다. 전방 군단에 배치된 무인정찰기(UAV)의 북한 장사정포 등 대북 표적 식별률은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전방 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못 하면서 여러 훈련장이 폐쇄됐다. 북한과 같은 수의 GP(감시초소)를 폐쇄했다. 남북 간 GP의 격차는 2배에서 3배로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북한 도발에 대비한 주요 한·미 연합훈련들은 "비핵화 협상을 뒷받침한다"는 이유로 줄줄이 축소·유예·폐지됐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7/20191107001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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