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단체가 오는 10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탈북민 모자(母子)의 장례식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통일부는 예정대로 장례식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탈북민 단체와 통일부 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 7월 관악구에서 아사(餓死)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모자의 시신이 발견된 지 석 달 넘게 정식 장례식이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탈북민 모자 사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는 4일 오전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부가 진정성을 갖고 제2의 탈북 모자 참변 방지책을 세울 때까지 장례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탈북민 모자 사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탈북민 모자 사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책위는 통일부, 남북하나재단과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3차례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대책위는 회의에서 △정부의 사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사퇴 △통일부·대책위 협의기구 설치 △전국적인 탈북민 협력망 구축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사항 이행과 장례 절차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할 것인지를 두고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측은 정부가 요구 사항을 수용할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통일부는 대책위 대표 3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합의문에 서명을 했던 만큼 장례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통일부 측은 "대책위 일부의 주장을 전체 탈북민의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며 "장례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책위 측은 "협상을 파탄시킨 통일부가 대책 마련 없이 장례식을 강행한다면 끝까지 투쟁하겠다"이라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 측은 "대책위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2009년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민 한모(42)씨는 아들 김모(6)군과 함께 지난 7월 3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한씨의 집 냉장고는 텅 비어있었고, 집안에 먹을 것이라고는 고춧가루뿐이어서 아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모자 모두 '사인 불명'이라는 소견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책위는 광화문광장 인근에 모자의 분향소를 설치하고, 아사 인정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평행선을 달리던 대책위와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측은 지난달 28일 민주평화당이 중재에 나서면서 오는 8일 빈소를 마련하고, 10일 장례를 치르기로 합의했었다.

현재 두 모자의 시신은 관악구 신림동의 한 장례식장에 있다. 장례 일정 합의가 계속 미뤄지면서, 매일 28만8000원의 안치 비용이 쌓여 현재 수천만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4/201911040269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