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국감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이동식 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이 폐기되면 북의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유근 안보실 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도 ICBM은 TEL로 발사하기 힘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김정은이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약속을 지키면 북은 ICBM을 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북은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 개발에 집중해 왔다. 실제로 2017년 ICBM급 미사일을 세 차례 발사하면서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했다. 이동식 발사대에 미사일을 싣고 가 고정식 발사대로 옮겨 쏜 적도 있다. 어느 경우든 동창리 실험장을 폐기하면 ICBM 발사를 할 수 없다는 청와대 설명과 배치된다.

합참 정보본부장도 지난달 국감에서 "북한은 현재 TEL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는 상태"라며 "북은 ICBM급은 TEL로 발사하기 때문에 동창리는 다른 용도로 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안보실장이 정반대의 말을 한 것이다.

안보실장은 매번 "북 미사일이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군이 몇 발 쐈는지조차 추적을 못하는 북 미사일이 어떻게 우리에게 위협이 안 되나. 안보실장은 심지어 핵 없는 우리가 핵무장한 북보다 군사적 능력이 앞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다가 야당으로부터 "우기지 말라"는 말까지 듣는다.

안보실장은 정말 몰라서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 것인가.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보실 차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이 핵실험을 몇 번 했는지도 몰라서 국회에서 동문서답을 주고받는 이 정권 안보팀의 수준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알고도 그러는 것이라면 김정은의 비핵화쇼를 어떻게든 끌고 가기 위해 국민을 속이겠다는 것이다. 우리 안보가 이런 사람들 손에 맡겨져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3/20191103015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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