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외교당국자와도 만나
軍 내부 "구체적 질의 이례적"
국방부는 응답 수위 놓고 회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군(軍)에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생화학 무기 관련 정보를 집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대북제재위 위원들은 이번 달 직접 방한해 우리 외교 당국자들과도 접촉했다고 한다. 대북제재위가 한국군에 북한 무기 정보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군은 답변 수위를 두고 실무 회의까지 열며 고심하다가 언론에 보도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국방부 내부 문서에 따르면 대북제재위는 지난 9월 외교부를 통해 북한의 SLBM과 생화학 무기 관련 질의를 보냈다. 대북제재위는 우리 군에 "현재 신축된 신포항 남부 기반 시설에서 건조할 수 있는 잠수함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가" "공사 중인 시설이 SLBM을 장착한 잠수함 정박장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비롯해 "SLBM 장착 잠수함의 사업 비용이 얼마인가" 등 구체적 사안을 질의했다.

군 관계자는 "SLBM에 생화학 무기가 탑재될 가능성을 묻는 내용도 있었다"며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SLBM과 핵 문제에 비해 간과된 생화학 무기에 신경을 쓰는 듯한 인상이었다"고 했다. 국방부는 대북제재위 측 질의를 받은 뒤 응답 수위를 논의하는 관계 부서 회의까지 연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결국 "평가가 제한된다"거나 언론에 보도된 정도의 원론적 수준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대북제재위가 가끔 북한 관련 정보를 물어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지만, 군 내부에서는 "대북제재위의 구체적 질의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관계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대북제재위 위원들이 10월 방한에 앞서 국방부에 북한 관련 정보의 판단을 의뢰한 것이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북제재위가 우리 군의 '원론적' 답변을 근거로 북한의 도발에 무신경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지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대북제재위는 지난 3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제재 위반 사례를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벤츠 리무진에 탑승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총력 외교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9/20191029003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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