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관광 협의 실무회담 제의
北은 중국과 개별관광 확대 논의
국제협력 강조한 文대통령엔 "사대 매국적 발언, 구차한 추태"
 

통일부가 28일 금강산 관광 문제 전반을 논의할 당국 간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안했다. 북한이 지난 25일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문제를 '문서 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는 통지문을 보내온 지 사흘 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성 지시로 '남측 시설 철거 후 독자 관광' 방침을 못 박고 '상종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북한이 회담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이미 '금강산 관광 파트너'를 한국에서 중국으로 갈아치우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와 현대아산은 오늘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개성)를 통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전달했다"며 "북측이 제기한 (철거) 문제를 포함해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며, 관광사업자(현대아산)가 동행할 것임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편리한 시기'에 금강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싹 들어내라"는 김정은의 지시는 수용할 수 없고, 남북 협력 방식으로 금강산 관광의 재개와 활성화 방안을 찾자는 취지다.

북측의 회담 수용 가능성과 관련,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 지도자의 '교시'가 뒤집히긴 쉽지 않다"며 "우리와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향후 도로·철도 건설 등에 외자 유치를 기대하는 북한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애가 타는 모습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를 비롯해 여권과 대북 시민단체에서는 "미국 눈치를 그만 보고 금강산 관광 재개 협상에 나서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정부가 현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회담을 제안했는지 의문"이라며 "다급한 마음에 대화를 구걸한 것이라면 뒷감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회담 제안을 걷어찰 경우 우리 정부가 쓸 '다음 카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8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협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최근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사대 매국적 발언" "구차스러운 추태"라고 비난했다. 수세에 몰린 정부가 저자세로 나오자 대남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북한의 태도와 발언이 심하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북한도 그런 것이 우리 국민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北, '관광 파트너' 中에 구애

북한은 중국을 '금강산 관광 파트너'로 잠정 결정하고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올 7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북 이후 중국 정부·업체와의 접촉을 늘리며 대북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지난 7월 방북 당시 김정은에게 "북한 관광 중국인을 2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도 나온다. 개별 관광 자체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통한 수입으로 금강산 관광 시설을 보수하거나 재개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중국의 '인해 관광객' 전술로 북한은 미국의 제재·압박에 버틸 힘이 생기고, 중국도 미·중 무역 전쟁 중에 미국에 맞설 카드를 하나 쥐게 된다"며 "북한은 중국인 관광 수입으로 금강산 등 주요 관광 시설 개발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대북 투자는 안보리 결의로 금지돼 있지만, 북한은 제재를 우회해 투자를 유치할 방법을 적극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안보리 대북 결의의 일부 조항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중국이 금강산 관광 시설에 투자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9/20191029002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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