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민화협 의장 "南, 北에게 존중받을 역할했나 반문해봐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금강산 남측 관광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진보 성향 대북(對北)·시민단체들이 28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범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당장 선언하라"라고 했다. 범운동본부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등 97개 시민단체가 지난 7일 결성했다.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했다. 김홍걸 민화협 상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했다. 김홍걸 민화협 상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범운동본부는 기자회견문에서 "남북교류의 대표적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1년, 그동안 방치돼 낡은 시설들을 정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이를 남측 시설의 철거와 북측 자체의 관광지구 건설방식으로 추진한다는 발표 앞에서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지난 1년간 정부는 ‘대북 제재’를 이유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한다는 입장 아래 미국의 노골적 반대만 확인했을 뿐 남북 사이에 아무런 논의조차 이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인정하듯 금강산관광은 유엔(UN)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는 양 정상이 합의했음에도 미국만 의식한 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아무런 방안도 내놓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발표한 한반도 평화 경제구상, DMZ(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 등은 "현실성 없는 말의 상찬에 불과하다"고 했다.

범운동본부는 "대북 제재의 덫에 정부 정책을 스스로 결박시킨 채 남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정책 담당자들은 그 실책과 후과를 겸허히 인정하고, 한반도 당사자의 입장에 서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협상을 즉각 개시해야 한다"고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북·미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고, 내년에 어떻게 상황이 악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남측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북측에서 남측이 당사자로서 믿을 만한 역할을 했는지, 그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역할인지 반문해봐야 한다"며 "북한 역시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가 진정성을 갖추려면 아무리 서운한 일이 있어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내용을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도 "전략적 판단을 떠나 평화가 한반도에 사는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지를 인지해달라"며 "전쟁이 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한반도의 아이들이고 노인들"이라고 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을 정말 생각한다면 제재할 것이 아니라 개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9·19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정부가 강력히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9·19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정부가 강력히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북 제재 핑계 말고 남북협력 적극 추진하라’ ‘열려라 금강산!’ 등의 손피켓을 들고, "정부는 금강산 관광 즉각 재개를 선언하라" "정부는 중재자 아닌 당사자로 남북합의 나서라"라고 외쳤다.

범운동본부는 앞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21주년인 다음달 18일 강원도 고성에서 각계 대표들이 참여하는 평화회의도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김정은이 금강산의 남측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금강산 관광 지구를 현지 지도한 뒤 "금강산에 대한 관광 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했다.

북한은 이틀 뒤인 25일 오전엔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그룹에 보낸 통지문에서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남조선) 당국과 민간 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를 바란다'며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 교환 방식으로 합의하면 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8/20191028017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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