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자유한국당은 '비호감 1위' 정당이다. 한국갤럽 10월 초 조사에서 각 정당에 '호감이 안 간다'는 응답 비율이 한국당(62%), 바른미래당(56%), 정의당(51%), 더불어민주당(47%) 순이었다. 이 조사를 포함해 갤럽이 작년부터 다섯 차례 조사한 정당 호감도에서 한국당은 비호감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난 적이 없다.

놀라운 것은 한국당 비호감도가 주적(主敵)인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 비호감도와 같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갤럽 조사에서 김정은 비호감도는 한국당과 똑같은 62%였다. 특히 30·40대는 한국당(76%) 비호감도가 김정은(56%)보다 20%포인트나 높았다.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무관중·무중계 평양 축구 등으로 최근엔 김정은 비호감도가 높아졌겠지만, 여하튼 한국당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한국당이 '국민 비호감'인 것은 지지율 정체에서도 드러난다. 탄핵 정국 이후 36개월째 30%를 밑돌며 선두 고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한국당 지지율은 20%대에 갇혀 있다. 반년 전 5월 말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36% 대(對) 24%였고, 10월 말 조사도 37% 대 26%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내년 총선 표심(票心)을 묻는 각종 조사에선 '여당 심판'보다 '여당 지지'가 더 높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조국 사퇴 이후 총선 불출마 번복 의원 속출, '표창장과 상품권' 파티 등 축제 분위기다. 역대 총선에서 현역 물갈이 비율이 더 높았던 정당이 대부분 승리한 '총선 승리 법칙'도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비호감 1위 정당이 후보를 새 인물로 확 바꾸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40% 선이 무너지자 여권(與圈)에 등 돌린 국민이 몰려올 것으로 보고 벌써 자만심에 도취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선 '문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국민이 53%였지만, 이들 중 한국당 지지자는 절반도 안 되는 48%였다. '반문(反文)'이 '친야(親野)'로 곧장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면 큰 착각이란 것이다.

한국당에 대한 비호감은 웰빙, 기득권, 꼰대뿐 아니라 무능 이미지까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칸타코리아 조사에서 '경제정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정당' 질문에 민주당(31%)보다 한국당(27%)이 더 낮았고 '모르겠다'가 26%였다. 현 정부 들어 경제가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한국당도 별수 없을 것이란 국민이 절대다수다. 하지만 한국당은 상대방 자책골에 의존하는 '천수답 정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신의 호감도가 바닥인 것은 모르는 체하고 남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 갖고 잔칫상을 벌이는 정당은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7/20191027014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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