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정상회담 촉구 사흘만에 하노이 노딜로 경질된 金 나타나
"두 정상간의 친분 관계 내세워 시간 끌려 한다면 어리석은 망상"

김정은이 제시한 시한인 연말까지 美 무응답 땐 무력 도발 가능성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사진〉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27일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명의의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을 촉구한 지 사흘 만이다.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지고 통일전선부장에서 밀려난 김영철까지 앞장세워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압박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갖고 미·북 정상회담에 나오지 않을 경우 내년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對美 압박 위해 강경파 김영철 이용

지난 2월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지고 대미(對美) 협상 라인에서 밀려났던 김영철은 이날 통일전선부 산하 기구인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갖고 등장했다. 아태평화위는 당 통전부 외곽 단체로 북한이 미국 등 미(未)수교국 및 남한과의 교섭 창구로 활용해온 기구다. 김영철은 '하노이 노딜' 이전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이자 통전부장으로서 미·북 비핵화 협상을 총괄했었다. 그는 통전부장을 장금철에게 넘겨준 뒤 노동교화·근신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미국에 협상 경고장을 던지는 역할로 나선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 협상의 주도권이 외무성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김영철의 등장이 협상 라인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미 강경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강경파인 김영철을 앞세워 미국이 연말까지 대북 정책 셈법을 바꾸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美 변화 없으면 내년 초 도발 가능성

김영철은 담화에서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조·미(북·미) 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두 정상 간의 친분 관계 덕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우호적 태도를 유지했다. 책임을 미 외교 관료들에게 돌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 '톱다운' 방식의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철은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김계관 담화 이후 사흘 만에 김영철까지 등장한 것은 연말까지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우리 길을 간다는 압박"이라며 "탄핵 국면에 처한 트럼프가 평양이나 워싱턴에서 '북핵 쇼'를 벌이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초조감이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두현 위원은 "김영철의 발언은 김계관과 결이 다른데 북한 지도부가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결국 초조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2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일꾼들이 자신과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대북 소식통은 "대북 제재 장기화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김정은의 지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데 짜증을 낸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8/20191028002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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