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언급…실현되지 않으면 존엄에 문제"
"文대통령 입장 아주 곤란해져…김정은이 '미국 설득해서 풀어라'라고 압박하는 것"
"금강산 시설 철거하면서 계약 조건 바꿀 것…이익 배분 50대50 될 수도"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빨리 시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에 세게 이야기해서 풀라고 남쪽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KBS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조건 없이, 대가 없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은 바로 시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대단한 약속이고, 실현되지 않으면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존엄에 관한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책임을 (누군가에게) 넘겨야 되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세게 압박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그 다음 날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수석 부의장은 "문 대통령 입장이 아주 곤란하게 됐다"며 "(김정은 발언이) '미국을 어떻게든지 설득해서 풀어라'고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정은이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 됐다"고 한 것과 관련, "사업권을 내주고 주는 돈을 받는 사업 방식은 끝내자는 것"이라며 "(선임자는) 아버지를 지칭할 수도 있지만, 그때 그런 결정을 내린 과정에 참여했던 참모들에게 책임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강산 관광 사업 방식을 결정했던 사람은 김용순 노동당 대남비서라고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정은이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서 싹 드러내도록 하라"고 하면서 '합의'란 표현을 쓴 것과 관련, "철거는 (북한에) 장비가 없어서도 우리가 들어가서 해야 한다"며 "(철거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계약 조건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익 배분을 "50대50으로 나눌 수도 있다"면서 "그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내놓은 땅값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만들어서 50대50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정은 금강산 시찰에 미·북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한 데 대해 "최 부상을 금강산에 데려간 것은 미국을 향해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추진하려고 할 때 발목 잡지 마라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며 "미·북간의 협상 의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이날 담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 실무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목을 잡아서 올해 안에 셈법을 바꿔 나오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미사일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겠다는 이야기"라며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망한다"고 했다. 남북 경협 재개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문 대통령이 좀 움직여야 한다. 실무자들끼리 이야기하면 백날 하청"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4/20191024012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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