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3국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고 있다는 사람이 기자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나쁘게 말하면 「브로커」, 좋게 말하면 「인권운동가」라고 소개했다.

몇 년 전 사업차 중국을 방문했다가 탈북자들의 참상을 보고 도저히 방관할 수 없어 한 명 두 명 한국으로 안내하던 것이 지금까지 일을 계속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재를 털어 이 일에 나서다보니 빚더미에 앉았고, 최소한의 비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탈북자들을 돕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국에만 가면 무엇이든 보답하겠다던 탈북자들이 정작 입국 후에는 돌변하는 일을 적잖게 겪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의 정착교육을 하는 기관에서 『브로커들에게는 일절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더 이상 이 땅에 데려오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흥분했다.

그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진짜 브로커와 최소한의 비용을 받고 탈북자를 돕는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경비는 250만~300만원 선이라는 것이다. 100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한국까지 들어오는 경로 자체가 워낙 다양하므로 비용도 다양할 것이다. 중국 공안에 발각돼 뒷돈이라도 대야 할 때에는 액수가 또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탈북자 구조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마당에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행 지원을 순수 인도적 단체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그들이 도와줄 수 있는 탈북자의 수는 극히 제한돼 있다. 최소한의 경비를 받으며 탈북자를 돕는 「준 브로커」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며, 이들의 활동을 막아버리면 그 피해는 곧바로 국적 없이 헤매는 탈북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탈북자들도 그렇다. 자신을 사지에서 구해주는 데 들어간 돈이라면 나중에라도 갚는 것이 도리 아닌가. 자신이 신뢰를 허물어버린 대가는 지금도 중국대륙을 헤매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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