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너절한 남측시설 싹 들어내라"는데
靑 관계자 "남측과 합의해 새 시설 건설해야 한다는 金언급 있다"
金 통일 "북한이 남쪽에 대한 실망·불만 다양하게 표출한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시대 남북협력 상징인 금강산관광을 '대남의존정책'으로 규정하며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사진은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시대 남북협력 상징인 금강산관광을 '대남의존정책'으로 규정하며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사진은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내 남측 시설에 대한 철거를 지시한 데 당혹해하면서도 진의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정확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지시를 계기로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 도로·철도 연결 등 '평화경제' 구상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요구한 지 하루만에 김정은이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며 남측 시설을 들어내라고 한 것을 대화 재개 신호로 해석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의 발언이 전날 문 대통령이 평화경제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지 하루만에 나왔다는 물음에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새로운 시설들을 건설해야 한다라고 조선중앙통신에 언급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의 언급 중에 남측과 협의해 시설을 철거하겠다는 부분과 관련해 남북 간 대화·소통이 풀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인가'라는 물음에 "부인하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암울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협의를 하고 협상 의지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진전이 없는 가운데 남북 간 금강산 시설 철거를 위한 협의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 물꼬를 틀 수도 있다는 기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 간담회에서 "금강산에 있는 우리 시설은 이미 10년 정도 경과하는 과정에서 유지 관리가 안 돼서 많이 낡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시설 낙후를 이유로 철거를 지시한 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김 장관은 또 "(이 같은 북한의 방침에는) 우리가 꼭 제재 때문만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없는 금강산 관광에 대한 그간의 (사업) 부진도 있다"고도 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우리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은 북한대로 우리 남쪽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금강산도 그 일환으로 본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야당 관계자는 "금강산 사업이 통째로 중단되고 북측에 넘어가게 생긴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여당 의원들을 만나 북측을 편드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김정은의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에도 남북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는 아직도 중요한 공간들이 있다"며 "통일부는 이런 남북간 협력 공간들을 유지하고 채워가는데 부분에 있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안보 정세와 여러가지 정치적인 문제 이전에 남북간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기 따문에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남측의 저자세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통해 직접적으로 남북 경협 사업의 결과물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이를 대화 재개 기회로 본 것은 희망적 사고로만 일관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정부의 대응을 보면 현실과 다른 이상적 사고로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게 엿보인다"면서 "우리 기업의 재산권 보호와 충돌하는 김정은의 지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정부 모습을 보면서 과연 앞으로 어떤 기업이 대북 사업에 참여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3/20191023014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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