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남북, 아직 협력공간 있어…김정은 발언 더 분석해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금강산 관광 사업을 비판하며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 시설 철거를 지시한 데 대해 "비판적·부정적 발언을 한 것은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에는 아직도 중요한 협력의 공간이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현재 남북관계 상황은 엄중하다.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며 "(김정은이) 선대의 정책에 대해서 사실상 비판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진짜 정책 전환인지, 아니면 다른 시그널인지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관계든 남북 관계든 연말 이전에 한 두 번의 중대한 대화의 계기가 올 것"이라며 "그 계기를 놓치지 말고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남북 간 협력공간들을 유지하고 채워나가는 부분에서 더 노력하겠다"며 "안보 정세와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의 틀 밖에서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더 고민하겠다"고도 말했다. 김 장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역시 거론하며 "우리에게도 큰 문제이지만 북한에도 큰 문제"라면서 "남북 방역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 남북 간 방역 협력은 축산협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간담회 공개 모두발언에서 미·북 실무협상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무협상 국면이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여전히 차이들이 적지 않지만 향후 추가적인 실무협상을 통해서 차이를 좁혀나가는 노력이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물론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안의 성격에 따라서 남북관계 차원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측면들이 있다.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재개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김정은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고 한국이 건설한 시설들을 시찰하면서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 되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