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전 사령관, VOA 인터뷰]

"전작권 전환 적극 추진한 노무현, 미군을 '점령군'이라 표현하기도"
"전작권 전환은 한·미 역량 분리"
"美 지휘부만이 핵무기와 핵우산 제공 통제 권한 행사 가능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 한·미·일 갈라놓으려는 북·중 돕는 것"

"노무현 대통령은 매우 적극적으로 전시작전권 전환을 추진했다. 심지어 제게 미군을 한국에 대한 '점령군'(occupiers)이라고 표현했다."

 

버웰 벨<사진>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정부 당시 한국과 미국 간 전작권 전환 논의 과정을 회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벨 전 사령관은 "훌륭한 동맹국의 지도자로부터 그런 표현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극도로 기분이 상했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잘못 번역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들렸다"면서 "노 대통령은 그렇게 느꼈던 것이고 우리는 최대한 이를 수용하려고 했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2006~ 2008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냈다.

벨 전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한국군이 재래식 전쟁을 지휘하고, 미군이 핵무기 대응을 지휘하게 되면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허점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국군이 재래식 전쟁을 지휘하고 미군은 핵무기 대응을 지휘하는 것은 '역량의 분리'이자 '지휘통제의 분리로 위험과 불확실성만 높인다"는 것이다.

벨 전 사령관은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해졌다"며 "북한이 핵 역량을 갖게 된 이상, 주권과 지휘통제권을 완전히 확보하고자 하는 정치적 고려보다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 지휘부만이 핵무기와 핵우산 제공을 통제하는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며 "한국이 모든 작전을 수행하다 핵전쟁 상황이 되면 미국이 마치 마술처럼 핵우산을 들여오는 시나리오는 군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가 같은 민족인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이 한국군과 민간인을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북한 정권 아래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오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선 "두 나라 모두 중국의 간접적 위협과 북한의 매우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는 한·미·일 동맹과 조율을 갈라놓으려는 북한과 중국의 목표 달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정보 공유는 극도로 복잡해져 미-한-일 세 나라가 일관성 있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훨씬 어려워 지며, 직면한 위협을 효율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논리적 판단을 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2/2019102202345.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