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탐사 기자 출신 "이스라엘 겨냥한 핵기술 나올 때마다 北 관련"]

이스라엘의 첩보전 - "이란·시리아 배후는 북한" 2004년 용천역 폭발 공작 의혹
북한의 테러 지원 - 아랍전쟁 때 군인 1500명 파견, 이란과 교차실험해 기술 고도화
 

북한-이스라엘 그림자 전쟁 역사 정리 표

2007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브라힘 오트만 시리아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의 호텔방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를 해킹했다. 모사드 요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입수한 사진 중에 오트만과 북한의 핵과학자 '전치부'가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온 것이다. 전치부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근무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시리아의 유프라테스 강가에 건설되고 있는 박스 모양의 건물은 북한의 영변 원자로를 복제한 것이란 것도 확인됐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은 그 건물을 인공위성을 통해 감시해왔지만 그때까지 건물의 용도를 몰랐다. 그해 9월 이스라엘은 그 건물을 포함해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해 제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출신 중동 전문가 제이 솔로몬은 최근 유대계 잡지 '태블릿'에 기고한 글에서 "약 8000㎞ 떨어진 북한과 이스라엘이 지난 50여년간 '그림자 전쟁(shadow war)'을 벌여왔다"면서 물밑에서 진행돼온 전쟁 과정을 소개했다. 제이 솔로몬은 2015년 이란 핵합의를 위한 미국과 이란의 비밀 회동을 보도하는 등 WSJ의 대표적 외교안보 분야 특종 기자였지만, 이란과의 유착 의혹으로 2017년 WSJ를 그만뒀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태블릿은 2009년에 만들어진 유대인 전문 온라인 잡지다.

그는 "1960년대 이후 50여년간 이스라엘과 북한의 관계는 은밀한 적대감과 대리충돌로 정의된다"며 "이스라엘 전·현직 당국자들은 '북한이 더 정교한 무기를 중동에 보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행동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시리아의 핵·미사일 개발의 배후에 북한이 있고, 이스라엘은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은밀한 첩보전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특히 에이탄 벤처 전 이스라엘 외무차관은 "미국은 북한 미사일을 해결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미국과) 같은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며 "더 즉각적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스라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50여명이 죽고 1300여명이 다친 2004년 북한 용천역 폭발 사고가 이스라엘의 공작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사망자 중 북한과 핵 교류를 위해 방문하던 시리아의 핵과학자 10여명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 솔로몬은 다만 "광범위한 취재에도 실제 (이스라엘의) 작전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군사기지 폭격으로 사망한 사람 중에도 미사일 개발을 돕던 북한 과학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이 사용한 화학무기도 북한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김일성은 1960년대부터 이스라엘을 '제국주의 위성국'으로 분류하고 팔레스타인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했다. 1973년 아랍 연합군과 이스라엘 사이의 '욤키푸르' 전쟁 직전 북한은 이집트에 1500명의 군인을 일용직 노동자로 위장해 파견했고, 전투 경험이 있는 파일럿 20명도 보냈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은 북한 파일럿이 조종하던 미그기 2대를 격추하기도 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전쟁 기간에 해독할 수 없는 공군조종사들 간의 대화를 도청해 미 국방부에 분석을 의뢰했고 그때 돌아온 답은 '북한어'였다.

북한과 이란은 기술 교류를 통해 서로의 핵·미사일 기술을 완성하고 있다. 이란의 사거리 2000~3000㎞ 탄도미사일 '코람샤흐르'는 북한의 '화성-10형'과 크기와 모양에서 쏙 빼닮았다. 2017년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하자 이란은 약 3주 뒤인 7월 27일 '시모르그'란 우주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은 미사일 중 항법 장치에 강점이 있고 이란은 고체연료에 전문성이 있어 두 나라의 기술 교류로 미사일의 완성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스라엘의 정보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 당국은 2006년 이후 실시한 북한의 6차례 핵실험에 이란 군 장교와 기술자들이 참석한 증거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북한은 한때 타협을 모색하기도 했다. 1992년과 1999년 이스라엘이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는 대가로 북한이 중동에 무기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미국 등의 반대로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2/20191022001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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